백수의 시작 by.독버섯
첫 직장, 첫 퇴사.
대기업도,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도 아니었다. 우연히 들렀던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덜컥 붙어버렸다. 3개월만 있다가 퇴사하자는 생각은 어느덧 3년이 넘었고, 정확히는 3년 3개월 만에 첫 회사의 방점을 찍었다.
건강이 안 좋아서.. 다른 일도 구하고.. 그래서 회사 그만두려고요..
3년 내내 생각해 왔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회사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그만두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하지만 긴장한 내가 무색하게 팀장님은 예상했다는 듯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었고, 대략적인 퇴사 일정을 정한 뒤 회의실을 나왔다. 3년을 다녔는데 퇴사는 5분도 안되어서 결정됐다. 허무했고, 후련했다.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갑작스럽지 않아
퇴사라는 단어만 보면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전혀 갑작스러운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퇴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퇴사의 이유는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팀장이 싫고,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회사도 싫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짜증 났다. 3년 넘게 이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 했을 때,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 없다는 게 부끄러웠다.
회사를 허투루 다닌 적은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회사를 위해 일했다. 부서가 5번이나 변경되면서도 불평불만한 적 없었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이렇게 일할수록 내가 손해라는 것을 알아버렸고, 그제야 가차 없이 퇴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것도 있다. 삶의 경험, 좋은 사람들, 그리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라고 해놓고 성격 더러워졌다고 읽는다.) 퇴사일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개 같은 회사 좀 더 일찍 퇴사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이 회사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더 크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갔다면 고만고만한 회사에서 그저 그런 월급을 받고 전문성 부족한 업무에 만족하며 점점 도태됐을 테니까. 사실 이렇게 말해놓고도 이후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쉬고 싶은 마음도 있고, 처음과 동일한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에 다음 회사 고르기가 더 고민이 된다.
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좀 누워서 쉬어야겠다!
난 이제 진짜 백수니까!
- 퇴사를 결정한 백수 독버섯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