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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Oct 09. 2020

나의 불면증 탈출기

불면증의 시작부터 완치까지 by. 신발끈


나는 잠을 아주 잘 자는 편이었다. 매일 열두 시만 되면 졸려서 더 놀고 싶어도 버티질 못하고, 회사에 가는 평일에도 꼬박꼬박 일고여덟 시간을 잤었다. 바로 어제까지도 잘 잤었는데, 정말 갑작스럽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찾아왔다. 평소엔 불을 끄고 누우면 바로 잠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자려고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다행히도 처음 불면증이 찾아온 그 날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이어서 그냥 일어나 있다가 졸릴 때 자면 된다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나와 청소도 좀 하고, 빨래 정리도 하고, 오랜만에 다이어리 정리도 해보고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고 이젠 좀 자볼까 했더니 시간은 아침 일곱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꼴딱 밤을 새우고 말았다.




그 날을 시작으로 매일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이어졌다. ‘하루쯤 못 자도 괜찮아, 피곤해도 막상 출근하면 괜찮을 거야’, ‘며칠 못 잤으니 오늘 밤은 진짜 잘 자겠지’하고 넘겼던 하루, 이틀에서 일주일을 넘기고 나니 ‘오늘은 잘 수 있을까?’, ‘내일도 회사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하는 걱정으로 변했다.


정신을 못 차리게 졸리다가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잠은 싹 달아나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마음은 불안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애써 떨쳐내고 어떻게든 자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려 일어나기도 여러 번이었다. 자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할 때면 버텨내야 할 오늘 하루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럴 때면 ‘그래도 누워있었으니 괜찮아, 이렇게 라도 쉬었으니 오늘 하루도 괜찮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가 너무 길고 괴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불면증과 함께하길 어느새 한 달하고도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을 해야 하는데 앞의 글씨도 잘 보이지 않고, 어지러웠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심각한 편두통이 찾아와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출근한 지 몇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회사생활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울 때 새벽이 가장 가까이 있다는 말처럼 가장 힘든 순간을 겪고 나니 그 후론 한 걸음 씩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게 되었고, 몇 시간 뒤척뒤척하다 보면 어느새 잠에 들게 되었고, 평일엔 못 자더라도 주말엔 그럭저럭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나아지다 보니 이제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밤부터 아침까지 통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기쁘고 뿌듯할 수가 없다.


불면증을 극복하기까지 수많은 방법들을 시도했었다.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수면 패턴 만들기, 자기 전에 핸드폰 안 보기, 실내 온도도 조절해보고, 잠옷도 바꿔보고, 새벽에 시간 확인 안 하기, 꼭 자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고, 생각에 꼬리 물기 금지, 회사 생각도 당연히 금지, 최대한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해보기도 하고, 낮에 충분히 운동하고, 적당히 지루한 책도 읽어보고, 오디오북도 들어보고, 마그네슘 보충제도 먹어보고, 수면유도제도 먹어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백색소음, 명상음악, 클래식, 혹시나 해서 찬송가도 들어봤다. 그리고 두루두루 실패했다. 특히나 수면 유도제는 효과는 못 보고 부작용 때문에 힘들기만 했다. 답이 안 보여서 새벽에 엉엉 울기도 했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참 많은 위로와 걱정 그리고 조언을 들었다. 안타깝게도 주변에서 알려준 방법들은 대부분이 내가 이미 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던 방법들이었고, 나머지 다른 방법들도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애초에 쉽게 해결될 일이었으면 불면증까지 가지 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아끼고 생각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참 든든하고 고마웠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언을 해주지만, 우리가 정말 주고받는 건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러 노력들이 쌓여서 빛을 발한 건지 아니면 충분히 시간이 흘러서 제자리로 돌아온 건진 모르겠지만 결국엔 돌아왔다.




별일 없는 일상이 소중하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잘 사는 거다.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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