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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Feb 25. 2022

서울의 본 모습

인생의 디폴트 값

퇴사한 지 68일


"내가 발행하는 글을 종 종 읽는다."는 지인은 비밀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또 어떤 지인은 위안과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퇴사한 회사의 대표님과 미팅을 앞 두고 회사 근처 카페 자리를 잡았다.


창 멍


창 멍 :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다. (이건 내가 만든 말)


나는 창가 자리를 특히 좋아하는데,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 자동차. 하늘을 나는 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세상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카페에 음악이 흐른다. 바로 옆 테이블 손님은 노산을 걱정했고. 좌측 테이블 젊은 여자 2명은 나란히 앉아 앞으로의 인생 고민을 나누는 뜻 했다. 왼쪽 대각선의 노 부인과 젊은 여자는 그 관계를 알 수 없지만 모녀 관계인 것 같았다...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뜻하다. 이야기를 듣는 노 부인의 표정이 펴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시장에 모여 물건을 사고, 일상을 교류하고 있었고. 나는 다리 한쪽을 꼬으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빌딩 사이로 날아가는 새를 보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동대문 시장이 보였다. 동대문 시장 초입에서 이어지는 길은 직선이 없다. 대부분 곡선이다. 대게 사람들은 오와 열이 직렬로 정렬되어 있는 길이 서울의 전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전형은 동대문 시장 바닥의 골목처럼 굽이진 길이다. 진짜 서울의 속살은 이런 곡선이다. 


인생이 직선 도로로 쭈욱 이어지면 좋겠지만, 인생은 직선보다 곡선. 굽이진 길이 많다. 동대문의 속살 그리고 서울의 본  모습을 길 건너편 카페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면서 "괜한 고집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월 안짝으로 취업하기를" 내 뜻대로 될 리가 없는데,..


인생의 기본 디폴트 값 = 뜻 대로 안 됨



뜻 대로 되길 바라는 바람과 뜻 대로 안됨이 교차되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우리내 인생 이야기인데, 커피를 다 마셨을 때 즈음. 졸업을 앞 둔 내게 지도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 났다. "인생이 뜻대로 안 되는데... 생각보다 길 단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퇴사한 회사 대표님과 카페에서 무슨 대화를 했냐고? 


그냥 근황 토크! ^^


대표님 : 어떻게 지내! 


나 :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대표님 : 어떻게 잘 지내냐고! 


나 : 저 보다, 4~5살 어린 친구들이랑 uxui  디자인 배우고 있어요. 요즘 웹 퍼블리싱 배우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웃긴 건, html과 css라는 체계를 만든 사람이 더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진짜 신기해요!! 


대표님 : 신기하지,.. 그치.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 중략 -  


대표님 : 그래도. 자기, 잘 웃고, 재밌게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오랜만에 봐서 좋다. 그래도 자기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야, 배우고 싶은 것들 배우는 거, 회사 다니면 어려우니까! 좀 더 즐기렴 ~ 이제 3월이야!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술집 사장이 되어야겠다. 술 한잔 걸치며, 이런 이야기를 계속 쭈욱 할 수 있도록. 어서 어딘가 붙박이 장이 되어, 전통주와 서양주를 섭렵해야지!!! 


미래에 술 좀 마시는 디자이너가 여기 있어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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