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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01. 2022

왜 맨날 그 자리냐는? 엄마의 물움

그에 대한 대답

퇴사한 지 72일


4월 전셋집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터라, 집주인과의 전화통화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집주인으로 먼저부터 연락이 왔다. 주변 시세가 너무 올라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고, 월세 10만 원 인상을 요구했다. 경기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내 지인은 55만 원이었던 월세를 90만 원까지 올려 불렀다. 는 집주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터라,... 10만 원이면 꽤 나쁘지 않은 조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내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일단, "회사가 어디가 될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급여라는 고정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이사를 감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재정상태가 못 되니... "그냥 재계약하는 게 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게다가, 나의 통장 재정의 절반 이상이 주택청약에 묶여있다. 당장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곤, 현재 재정 상태와 앞으로 앞 날에 대한 엄마의 몇 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곤, "도대체 넌 왜 매일 그 자리냐?"는 엄마의 물음. 그리고 나의 아쉬운 한마디. "엄마, 나도 지겨워 이렇게 사는 거... " 2년에 한 번 대단한 의식 치르 뜻 재계약을 전전긍긍해야 하고, 막상 취업이라는 것을 해도 퇴사 내지는 이직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염두에 두고 사는 삶. 


차라리 벼랑 끝 어린 관목의 낙엽으로 사는 것이 합리적이겠다. 

아직도 생각난다. 3주 전 서울에 잠시 들른 엄마는 불 같은 표정으로 절대적으로 모아둔 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모아둔 돈은커녕 퇴사 급발진으로 이직 준비를 하면서, 모아둔 돈을 깨 먹고 있는 나는 빌어먹을 자식이 되었다. "집주인에게 계속 산다는 말을 물러야 하나?" 아니면, "서울에서 진행하는 청년 뉴딜일자리라도 당장 지원하여, 내 커리어와 꿈을 포기하고, 잠시 돌아가야 하나?" 도대체 "내가 원하는 삶과 커리어는 무엇인지?" 당최 "무엇을 쫓기 위함인지?" 여러 가지 생각이 다 드는 밤이었다. 차리리 만화 원피스의 비전이 더욱 명확할지 도 모른다. 해적왕이라도 되어야 하나? 그러면 고민과 갈등이 조금은 사라질까? 


(리얼 속마음)
가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때가 있는데, 문장 하나는 참 찰지게 뽑는다. 여러분 고저 우리 해적왕이 됩시다! 각자의 위치에서


차라리 해적왕이 되겠다! 진짜!



머리 좋고 똑똑한 정치인들이 내놓는 청년 정책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세대 차이 내지는 세대 문화 차이 때문 아닐까? 한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비싸지고 있고, 왠 만큼의 노력으로, 그동안의 방식으로는 절대 승부수를 던질 수 없다. 살아가는 방법의 방정식 자체가 다른데,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두뇌에서 나온 정책이 시장에서 통용되겠는가? (아, 물론. 구직 활동 한 번도 안 해본 36세 젊은 정치인이 청년대표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봤습니다만.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


'절대적으로 모아둔 돈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 엄마의 말과 '절대적으로 모아둔 돈이 없고, 돈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안 됐다고!' 각자의 관점에서 말하는 나와 엄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마도, '종래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바꾸어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는. 

주거문제로 공통 받고 있는 지인에게, 뜬금없이 "같이 살래?",

10년 차 디자이너 언니에게 "저 곧 돈 벌어야 하는데,... 언니 프로젝트 넘치면 저에게 좀 주세요!!"

22년 올해부터 40대에 접어든 언니에게 "저 서류에서 계속 떨어져요! 어떻게 해요? 이럴 때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매우 독립적인 성향이라, 좀처럼 타인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 많은 어려움을 혼자 처리하는 경향성이 강한 사람인데, 호들갑! 좀 떨게 됐다. 



세상이 가끔은 사람 성격을 바꾼다고 하죠. 



ps. 

왜 맨날 그 자리냐? 는 엄마의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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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엄마, 


내가 맹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해서 그런 거야! 

내 또래 친구들이(나포함)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 평생직장이 있어! 뭐가 있냐고. 

우리 세대는 은행 금리도 없다규!! 


맹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야.

그리고, 내 나이가 맹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보이는게 정상이야! 


봉준호 감독도 찌질할 때가 있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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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11시 30분 ~ 12시 36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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