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엉 Mar 03. 2022

부사수 너에게 가르침을 보낸다.

일 벌이고, 책임 안 지고, 뭉개면 부사수는 뭐가 남나요? 

퇴사한 지 74일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또 갈아엎고, 수정 작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지나온 내 길에 대한 잔잔바리 같은 추억을 상기하고, 기뻐하다가, 슬퍼하다가를 반복했다. 이 작업에서 쉬이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서류전형에서 계속 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함과 2% 분노한 마음을 꾹 꾹 눌러 담으며, 작년에 연이 닿은 직업 상담사님께 문의 메일을 보냈다. (에헴! 문의 메일 만랩이어라...)



<직업 상담사님께 내가 보낸 문의 내용> 


나 : 

선생님, 저 10곳 정도 지원했는데, 계속 떨어지기만 합니다. 혹시, 올해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을까요? 그리고, 채용 시장의 동향이 궁금합니다.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직업 상담사님의 회신 메일>

직업 상담사 선생님 : 

샤샤! 마음고생이 심하겠어요!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서,... 기업들이 면접 인원을 줄이거나, 면접 일정 자체를 4월로 미루는 경향성이 짙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직무 역량 강화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취업을 뒤로 미루는 건 어때요? 곧 좋은 소식 있을 테니 용기를 가지고요! 그리고, 이력서 코칭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알려드릴게요! 행운을 빌어요. 


직업 상담사 선생님의 회신 메일을 읽고 내가 내린 상황 판단은 다음과 같다. 


첫 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직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겠다."라는 것과 둘째"생각 보다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셋째" 코로나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아니, 바꿨다. 나 또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일을 가지려고 해야 한다는 것" 


어쨌든


우연히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1

20년부터 21년 사이, 51세 개발 팀장님과 내가 야근하며 궁리하여 만들었던 "플랫폼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라는 기념비적 선언을 사업의 방향키를 가지고 있었던 COO께서 하셨다.고 한다. (책임지는 것은 어렵고, 판 벌리는 것은 쉬우며, 철수하는 것은 더욱 쉽다. 이해는 된다.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 인사가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 지속가능성은 없다.) 


2

약 4~5개월? 정도 나의 직장 상사로 있으셨던 마케팅 팀장님께서 독립적으로 만드신 회사 홈페이지를 다시 다른 팀장님께서 이어서 만들고 있다.(당시 홈페이지 완성을 못하시고, 퇴사하시는 바람에 홈페이지 외주 개발사에게 환불을 받았다.) 또 웃긴 대목은 홈페이지를 다시 이어 만들게 된, 팀장님과 프리랜서로 일이란!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팀장님은 내게 홈페이지 작업과 관련된 히스토리와 레퍼런스를 묻고 또 물어보셨다. (웃음... 팀장님, 저... 그때... 플랫폼 화면설계서만 주야장천 작성하고 있었어요. 외주 개발사 대표님과 잘 모르는 개발 언어를 샤샤샷 주고받으면서요! 찾아볼게요!!!) 


요즘. 내 또래 MZ세대의 관념이 무엇인지? 난 잘 모르지만, 일이란?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일하는 사수 또는 부사수가 돋보여야 같이 성장하고, 일도 잘 된다. 사수가 일을 계속 뭉개고 마무리를 못 지으면, 나도 일 못하는 사람이 된다. 따라서, 일 잘하는 사수를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화산 폭발할 정도의 분노를 느낄지라도, 미친척하고 사수님께서 뭉갠 일들을 그냥 다 처리하고, 그들의 공으로 돌리는 좀 영민한 짓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과거의 행적을 보면서 반면교사 삼을 교훈을 얻었다. 일을 벌였으면 책임 진다. 끝까지 마무리한다. 뭉갤 사업이라면 시작하지도 말자. 처음에 예상했던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작했으면, 배에서 하산할 때까지 꼭 성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왜 맨날 그 자리냐는? 엄마의 물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