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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05. 2022

갈림길

머리가 멍해졌다.

퇴사한 지 80일 어딘가


3월. 많은 시작과 기대가 열리는 달이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3월에 시작하여 12월에 마무리를 위해 달리며, 1월과 2월에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3월을 맞이하는 시간 체계를 가진 곳인지? 나는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2월 말부터 3월 초인 현재 채용공고가 쏟아지고 있고, 때마침 도착한 '포지션 오퍼'와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도 더 가열차 졌다. 머리가 멍해졌다. 어서 빨리 어딘가 붙박이 장이 되어 안정을 찾고 싶다. 어딘가 소속되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겠지... 오고 있는 제안이 고맙기도 하지만,... 멍해졌다. 


갈림길 


'미래', '돈', '측은지심'이라는 3가지 갈래길에 섰고, 나는 또 고민에 빠졌다.


'미래'의 길

내가 몇 년 전부터 선망했었던, IT와 관련된 디자인 분야인데, 이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면 미련이 없겠다. 싶었다. 적어도, 중견 이상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실무를 익히며 성장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요글래 점 점 더 강해졌다. 지금 이 시기에 IT로 역량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돈'의 길

벌써 2년 전 나에게 도달한 포지션 제안과 관련 있다. 이 길을 잡고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생고생과 핵빡침은 뒤따라 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길이다. 


'측은지심'의 길 

퇴사한 회사의 자회사 팀장님으로부터 정규직 제안을 받았다. 마침 내부에 공석이 생겼고, 나 또한, 퇴사한 직전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많다. 하지만, 이 길을 선택하면 난 또 가난해질 것이다. (직전 회사의 급여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분명히 난 또 가난해질 것이고, 내 미래를 만들어갈 규모 있는 돈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돈이 모이려면, 산술적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많아야 한다. 직전 회사의 급여를 아끼고 아껴 내가 최대치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70만 원에 불과했다. 50만 원이라도 저축하면 다행인 적도 많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미래'를 선택하면, 적어도 미련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미래'와 관련된 그 길이 행복할지? 아닐지? 는 장담 못하겠다. '측은지심'을 선택하면, 가난해짐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받고, 또 다시 이직을 위해 전전긍긍할 것이다. '돈' 어딜 가든,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돈'에 관련된 일을 선택하면, 뭔가 내가 입기 싫은 옷을 입은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뇌세포가 가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퇴사한 회사의 자회사 팀장님과 프리랜서로 일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자회사의 최고령 수석님(69세)께서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일 안 할 때는 좀 쉬라니까!!' '불 멍이라도 때려!!" (곧. 70세 접어드는 어르신이 말하는 불멍이란!)


수석님 말대로 쉴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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