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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y 05. 2023

아무것도 먹지 않은 날.

임원과 오후 3시 면담을 하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린이날이지만, 촉촉하게 비가내려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부터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 되는데요. 모두 무탈하게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신과에서 먹은 약을 복용한 지… 3일이 되었는데요. 약은 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잡 생각이 없어지고, 간간히 기분도 좋고, 후련합니다. 그리고 잠도 조금은 잘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약이 너무 독해서 평일에 복용하는 건, 꽤나 겁이 나더라고요. 업무 중에 너무 졸려서요. 여전히 업무 속도는 안나고… 실수 투성이긴 하지만, 저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


어린이날 전야 재택근무하는 목요일>

어린이날 연휴를 앞 두고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한결 좋습니다. 출근 준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에 둘러 싸여… 억지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몬드 브리브 1잔을 먹었을까요? 아침을 먹자니… 조금 애매했습니다. 집에 있던 빵을 질겅 징겅 씹으면서 오늘 해야하는 일을 생각 합니다. 그리고 혼자 또 화장실에서 비명을 지릅니다.


“O군. D군. P양. A양. A군. N군… 목요일 저와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무려 6명입니다. 하.. 지겹고, 미치겠다.“


약 3일 정도. 업무에서 저를 제외하기 시작한 팀장은 다시 저에게 업무를 주더니… 무려 6건이나, 네에. 폭탄을 주셨습니다. 참… 감정적입니다.


아침 9시 30분 노트북을 켜고. 사내 인터넷 망에 접속하여. 출근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1순위로 등록된 협업자의 요청부터 차근 차근 처리 합니다. 1순위 요청을 보내고… 다시 2순위… 요청을 처리하려고 하니… 다시 1순위 요청자가 추가 수정 요청을 합니다. “이봐… 나… 너랑만 일하는 거 아니다… ” 2순위 요청자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고, 새롭게 추가된 1순위 요청자의 요청을 처리 합니다. 메일을 보내고, 시계를 보니… 12시 입니다.


“아… 점심 시간이구나… 근데, 점심… 시간에… 2순위 요청자의 업무를 안하면… 다 밀리는데, 어쩌지? … ” 또다시 아침에 먹다 남은 빵을 질겅 질겅 씹으면서 일을 합니다. 1시… 2순위 요청자의 업무를 50% 밖에 못했습니다. 또 시간을 들여 2순위 요청자의 업무를 해결하고, 3순위… 요청을 처리하려는 순간! 다시 1순위 요청자의 추가 수정 요청이 당도 했습니다… 제발…. 자포자기.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만 두고 싶습니다.


저는 어제. 임원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정말 작정하고, 상담과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 번아웃 진단을 받았고. 쉬고 싶고 가능하다면, 휴직계를 논의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재택근무인 관계로… 전화로 대화하기로 했습니다.


오후 3시…

참으로 부담스러운 몀담입니다. 오후 3시 10분… 음. 먼저 전화 주시기로 했던 임원님의 전화가 없습니다. 그도 많은 생각이 들겠지요. 메신지를 보냈습니다. “임원님… 저기… 더 이상 미루는 건 아닌 것 같아요…면담 관련 전화 드려도 될까요?”


아. 제가 회의가 늦어서… 제가 전화 할께요!


그리곤 40분 가량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의 거대한 주제는. 1월에 제가 요청드린 업무 환경 개선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업무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다른 포지션을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임원님…하…


임원 면담에서 도대체 저는 무슨 말을 조잘 된 건지… 이렇게 사회생활을 해도 되는 건지? 정답 없는 인생에서 때론 참 답답합니다. 회사가 저의 투정을 받아주는 곳은 아닌데요.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인데… 말이죠. 이런 어른 스럽지 못한 저의 태도는… 무엇인지?


임원님과 전화 면담을 마치고. 다시 업무를 하려고 하니 머리가 하예졌습니다. 다시 첫번째 요청자의 수정 요청이 왔습니다. 하… 제발… 너 말고도… 많다고 나랑 일하는 사람… 4번째 협업 요청자에게 7시 이후에 작업 가능한데, 괜찮다고 말하고, 다시… 5번째 협업자에게… 업무가 밀려서 전달 시점이 조금 밀릴 것 같고, 지금 당장 라이브 되어야 하는 건인지? 아니면, … 등 등을 물어봅니다. 아, 또 누구에게… 뭘 논의해야 하지…? 머리가 하예집니다. 3~5분 분단위로… 시간을 확인 합니다. 6시 3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거의 다 했는데… 가만 보니, 협업자에게 광고 문구를 받아야 하는 소재가 하나 있습니다. 제발 이런건 알아서 척척 챙겨 주면 안 되니? 시간이 없고, 즉흥적으로 카피를 씁니다. “모르겠고 일단 던지자!“ 메일 발송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니 6시 35분 입니다. 음. 다음 협업자는… 하… 4번째 요청자인데, … 4번째 요청자에게 말을 겁니다… 4번째 요청자의 요청은 3개 배너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 일에 속도가 안 납니다. 마지막 6번째 요청자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메일 발송 버튼을 누릅니다. 9시… 하, 아홉시 입니다.


아침 9시 30분 부터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저녁 9시까지 일만 했습니다. 무슨 소도 아니구요… 내가 무슨 소냐고… 그 후로. 바로 침대로 뛰어 들어가 기절 했습니다. 눈을 뜨니 새벽 3시 … 음. 정상인이 아닌 삶.


다시 자려니… 좀 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정신과에서받아온 약 절반을 잘라 털어 넣습니다. 어제 9시 30분 부터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아서… 인지… 배가 고픈건지… 냉장고 문을 엽니다. 딱히 먹을 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부엌 찬장을 열어… 짜장라면 1봉지를 꺼냅니다. 빈속에 라면이라니… 하지만, 딱히 먹을 것이 없습니다.


새벽에 짜장라면을 먹고. 뒤척이다가 새벽 5시에 간신히 잠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생각합니다.


도대체 몇 명이 내 손을 거쳐간 걸까? 파일 정리는 또 어떻게 하고… 옷을 주섬 주섬 입고, 아몬드 브리즈 음료를 한 잔 먹고, 정신과 약을 털어 넣습니다. 가방을 챙겨 집 밖을 나섭니다. 주말 상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엽니다. 그제 도착한 택배와 오늘 도착한 택배가 복도 한 켠에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재활용하지 못한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하…


번아웃인지… 우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결단이 필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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