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엉 May 06. 2023

정신과 약을 먹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어린이날 연휴! 두 번째날 모두 잘 보내셨나요? 아쉽게도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은 비가 오네요! 날씨가 맑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저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소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오늘 할 일들을 정해보았는데요. 아직 오늘 하루가 지나진 않았지만, 14개의 목표 중, 9개의 to do를 실행하게 되었답니다. 정신과 약, 덕분에. 잠도 푹 자구요. 확실히 잡생각이 줄어드니... 삶의 질도 올라가는 기분입니다. 진작에 정신과를 방문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약기운 때문에 하루 종일 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5월 6일 회복을 위한 to do

1. 아침식사(작두콩차, 견과류 1줌, 김밥 6개, 사과 반쪽) +(영양제, 유산균, 홍삼정 에브리타임) + (정신과 약) -> 완료

2. 10분 방청소(테이블, 책상 정리) + 설거지 -> 완료

3. 동네 공원 산책 -> 취소(비가 많이 와서)

4. 마트 방문 & 찬거리 구매 -> 완료

5. H리빙숍 방문(오전 10시) -> 완료

6. 오후 12시 수제비 + 스팸 오니기리 -> 완료

7. 빨래하면서 독서 -> 취소

8. 오후 2시 30분 반신욕 -> 완료

9. 3시 ~ 5시 낮잠 -> 완료

10. 동네 공원 산책 또는 카페에서 카모메일티를 마시며... 독서 -> 완료

11. 6시 저녁식사(연어구이 + 신선한 채소 -> 완료

12. 8시 정리 정돈 및 하루 회고 with 보이차 -> 대기

13. 9시 잠 잘 준비하기 -> 대기

14. 10시 잠자기 -> 대기

(** 아, 분갈이는 언제 하죠?) 


01. 아주 오랜만에 낮잠을 잤습니다.

주말에 늘 불안했는데요. 낮잠을 푹 잤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늘 불안하고, 늘... 뭔가를 걱정하고, 늘 고민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오후 2시 30분. 간이 욕조에 더운물을 받고,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아주 푹 자고 나왔습니다. 


02. 집 앞 공원을 걷습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여, 집 앞 공원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 일주일만 이렇게 살고 싶다. 직장인으로서 내가 아닌, 그냥 나로서 있고 싶다. 그 무엇에도 얼메이지 않고, " 


그리고 느껴집니다. 얼마나 많이 지쳐있는지? 회사의 업무 강도가... 얼마나 센지?!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정말 많은 불안과 긴장, 그리고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흡수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제 자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악어야, 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맞습니다. 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을 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여전히 정신과 약이 낯설지만요! 약을 먹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득해집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자비도, 타인에 대한 자비도... 나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존재 할 때 할 수 있음을. 번아웃이 맞고, 약간의 우울이 있고, 잠시 아픈 상태임을 지금에 와서야 조금 인정이 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내심 참 어려웠고, 계속 끓임 없이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감당하기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주말 상담에서 상담 선생님과 주고받은 대화를 회고합니다. 


상담 선생님 : 비록 팀장 준비가 안 된 사람이 팀장이 되었다고 해도, 팀장을 길들여 보는 거죠! 지금 상황을 악어씨가 성장할 수 있는 양분으로 쓰는 거죠! 


악어 : 샘, 그런데 전 너무 화가 나요. 그럴 에너지가 없어요. 다 지쳐요. 


상담 선생님 : 음, 아기들도... 걷기 위해서 엄청 많이 넘어져요. 감기도 걸리고, 열병도 걸리고, 매일매일 수천수만 번의 시도를 하면서요.^^ 


악어 : 샘, 저... 제 자신에 대한 자비도, 팀장에 대한 자비도 그 모든 것들이 다,...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아요. 


04.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근처 담벼락에 장미 꽃봉오리가 보입니다. '아, 곧 장미가 피겠구나! 올해도 이쁘겠지!" 기대, 바람, 희망 그런 감정들... 약 3개월 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올해 장미는 어떻게 피어날지? 궁금합니다. 


무튼, 번아웃과 약간의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한 자비도, 타인에 대한 자비도 모두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알게 됐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약 복용 6일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