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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y 13. 2023

정신과 약의 복용 13일 차

회사 일상 회고

토요일 오전에 예정되어 있는 주말 상담을 취소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온전히 쉬고 싶기도 하고, 상반기 고과 평가를 위한 중간발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신입 팀장과 일하기가 참… 네에, 의욕만 넘치는 상황인 거죠. 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어디론가 딱 떠나고 싶은 날씨입니다.


오늘이… 5월 13일이니, 다음 주에 월급이 들어올 테고, … 마침, 다음 주 금요일 연차 휴가이니, … 음. 곧 있으면 6월이 되겠지요. 정신과 약을 먹은 후로, 참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약… 필요하다면, 먹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5월 둘째 주 회고)

1. 회사 업무와 직장 동료들(팀장&팀원?)

정신과 약, 덕분일까요? 회사 가면 늘 초 긴장상태였지만, 긴장하지 않습니다.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고, 이번주부터 제가 작업한 디자인에 대한 내외부 고객 즉 협업팀의 팀원과 광고주의 만족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저와 몇 번 일해본, 협업팀의 팀원들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와 안부를 나눕니다. 협업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반면, 팀장은 제가 출근하는 날 재택근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도 제가 불편한 것이겠죠.(야, 그래도 넌, 팀장이잖아!... 하!) 저에게 소리 지른 정규직 동갑 팀원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파견직원 두 명 중 한 명이 제게 간식을 건넸습니다. 이분은 그래도, 마음이 조금 열린 모양입니다. 모든 팀원과 팀장이 일주일에 단 한 번 출근하는 날이 있습니다. 수요일! 모두가 모인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11시 40분 팀장은 먼저 점심을 먹으러 나가버렸고, 나머지 인원들은 서로 눈치를 봅니다. 그 답답한 공기가 깨림칙해서, 11시 50분 자리를 박차고,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저는 점심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대학시절 제가 생각났습니다. 


"아, 맞아... 난 시각디자인과를 다녔고, 당시,... 동기들과 정말 친하지 않았지? 왜 그랬을까?... 오히려, 사회학, 철학, 글쓰기, 문화 인류학, 사진학... 독일어 등 등의 타과 수업을 들으며, 타과 학생들과 밤새 술을 먹으며, 놀곤 했는데,... 왜 그랬을까?... 정말 싫었나 보다, 디자이너들 특유의 개똥 개성과 뭐랄까? 옹색한 고집! 그게, 싫었던 것 같아! 꽉 막힌 그런 거...!" 


디자인만 삼시세끼 밥 먹고, 포토샵 틀어서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소위 말해 한국에서 통용되는 디자이너들 사이에 있으니, 정확히 알겠습니다. 가끔, 이 직업군의 사람들의 답답함과 어이없음과 꽉 막힌, 뭔가 유연하지 못한! 그런 것들을 느낍니다. 이런 것이 불편합니다. 



<팀장과 팀원들에 대한 잔상> 

우연히, 팀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봅니다. 6살인 아들의 태어난 시점부터 현재의 사진이 업로드되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으로 보이는 셀카 사진과 현재의 사진 속, 팀장의 머리 스타일은 복사 붙여 넣기 한 것처럼... 똑같습니다. 사진을 보고, 등꼴이 서늘해집니다. 좀 처럼, ... 변화가 없는 사람. 변화 자체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 즉,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매우 좁은 사람... 이런 사람이 팀장입니다. 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참, 곱게 자란 사람입니다.


이번 달, 간식 당번은 저에게 소리 지른 팀원입니다. 이 친구가 구입한 간식들을 살펴봤습니다. 보통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과자들은 박스에 포장되어 있는데요. 박스와 낱개 포장된 과자를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간식 박스에 쌓아 두었습니다. 순간, "이 친구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좀 무심한... 것 같은데,..." 하긴, 이러니... 뒤에서 온갖 험담을 하고 팀원 하나 정도는 왕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사업 제안 업무가 팀에 부여 됐습니다. 비교적 합이 잘 맞는 파견직원 2명과 함께 일해야 하니, 혼자 알아서 기존 업무를 담당하라는 팀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늘 하던 일이고, 이미지 합성이... 약하긴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던 저는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고,... 단지 시간이 걸릴 뿐, 어느 정도 업무의 습득 시간만 주어진다면, 무리 없이 진행시킬 수 있는 일들 입니다." 평소 애먹고 있는 합성 업무를 맘 잡고 진행해 버렸습니다. 그냥 해버렸습니다. 완성된 시안을 저보다 연차가 높은 파견직원 남자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곤, 더 나은 구도에 대한 몇 가지 피드백을 주며, "냉장고 이미지 좌측으로 옮길 수 있겠어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도대체, 너는 나를 어떻게, 어느 정도 수준의 업무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설마, 내가 그것도 못하겠니? 내가 비정상이니? 네가 비정상이니?" 마음속으로 말하고, 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클릭 몇 번으로 냉장고 이미지를 좌측으로 옮겨, 합성 업무를 마무리했습니다. 


팀장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정말 좁은 사람이고, 제게 소리 지른 팀원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현저히 없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늘 화내는 모습을 종 종 보여준 것 같더군요! 본인도 감정 조절이 힘든지... ("이런 사람은, 대게, 완벽한 업무 역량으로 끓임 없이 자신의 단점을 가리려고 합니다. 간혹 있잖아요! 회사에 1~2명씩 있는 그 캐릭터요! 성격은 정말 괴팍한데, 일은 엄청 잘하는 ~ ")

파견직원 남자. 이분은... 회사와 계약이 끝나면 갈 사람이니,... 말하지 않는 것으로. 


결국, 이런 팀장과 팀원을 만난 것 또한 저의 업이겠지요!


앞으로, 변화에 대한 수용력 없는 팀장과 이기적이고 지 밖에 모르는 팀원 그리고 파견직원과 어떻게 할 거냐고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막상,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니? 딱히 떠오르는 묘안은 없습니다. 회사생활이 지금 보다 더 힘들었을 때, 3월 즈음 사주팔자를 봤습니다. 제 사주를 봐준 중년의 여사님은 제게,... "다른 사람에 대해서 기대 자체를 하지 말라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힐링할 수 있는 곳, 취미를 찾아보라고 권해 주셨습니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을까요? 적어도 제게 배타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이죠. 제게 잘해주면 좋은 사람이고, 못 해주면 나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약이 될 겁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지금은 어렵지만... 다른 협업 팀원들에게 해주는 립 서비스를 팀원들에게 하기 시작하겠죠. 그렇게 사회적 가면을 쓰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가끔 간식을 건네면서, 그렇게 묻어가겠죠! 


사람 마음이 정말 깨지기 쉬운 유리 같거든요. 어쩌면, 팀장과 팀원이 바라는 건, 다른 협업팀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저의 상냥함, 일지도 모를 일이죠. 본인들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악어,... 제는 같은 팀인 우리에게만 쌀쌀맞고, 말도 없고, 웃음도 없어!"라고요.  


회사에는 적도, 아군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더 냉정하게 팀원과 팀장을 대할 겁니다. 아직 너무 밉거든요. 


정신과 약을 먹어서, 업무 역량과 집중력은 돌아왔지만, 
팀장과 팀원에 대한 화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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