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肉食斷想

日常有感 - 8.

by 지구인









지인이 말한다

영화 <옥자>를 보고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영화를 보면 안되겠구나



고기를 못 먹게 되기 싫고

고기를 먹으며 괴로워하기는 더 싫어서



그리고

늦은 점심으로 돼지고깃집에 다녀온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기름맛에

혀가 즐겁고 배도 부르다



고단한 밥벌이를 소소하게 자위하며

옥자들의 고통과 인류의 잔인함은 잊혀진다



물론 자랑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부끄럽지도 않다



되도록 적게 먹고

이왕이면 좋은 환경에서 자라

덜 고통스럽게 죽은 고기에 지갑을 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잡식에의 본능과 생명존중에의 지성이

더할나위없이 어우러질 날도 오겠지



나아가 뱃속의 고기를 밑거름 삼아

세상에 도움 될 무언가를 해낸다면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본분도 다할 것이고



고기를 안 먹으려 애쓰는 것도 훌륭하지만

그 고기에 감사하되

(세상에 도움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애쓰는 건

더 훌륭한 일이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이자

지구상 유일한 지성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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