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분산, 나의 객관화

행복해지는 길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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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행위를 '지속적'으로 '꾸준히'하는 것을 집중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난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꾸준히'하지 못한다. 나는 집중력이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해도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서 능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명상을 해보기도 하고, 운동을 해보기도 했다. 별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글을 읽고 나서 왜 꼭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해야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 글에는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힘들고 여러 가지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사람들은 그냥 본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여러 가지를 번갈아 가면서 하면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태어나기를 집중하지 못하게 태어났으니, 집중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에 다양한 일들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항상 집중력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해있던 나는 머리를 쿵하고 맞은 것 같았다.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니!'나에게는 빛과 소금 같은 이야기였다.


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기획서를 쓰거나, 단체에서 일을 하거나 할 때에도 난 항상 모든 일들을 손대면서 조금씩 진행했다. 어느 날에는 에너지 문제에 빠져있다가, 다음 날에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에 눈물 흘렸다. 광주역사기행을 기획하다가 생태주의 모임에 대한 기획 초안을 잡기도 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었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하거나, 제대로 집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어떤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과 자기 만족을 위해서 과도하게 일들을 벌인 결과였다. 집중력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문제는 나의 역량과 여유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내가 역량이 되는 일이라면 몇 개를 번갈아서 해도 할 수 있지만, 역량과 실력이 없는 일이라면 몇 개를 번갈아서 해도 할 수 없다.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집중해서 처리하느냐, 분산해서 처리하느냐보다 더 중요했다.


최근에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좀 더 벌고 싶어서 평일에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 노동을 추가로 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평일에 하던 일은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난 일주일에 3일이상을 노동하면서 버티기에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역량이 되지 않는다. 또 단순한 노동만 하면 스스로의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매우 떨어진다. 나는 세미나를 하거나, 토론회를 가거나, 정당모임을 가거나 하는 사회적인 활동이 노동과 병행되어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나는 의욕이 떨어지고 삶의 목표를 잃고 불행해진다. 그래서 지금은 평일 일을 쉬고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에 신청하고 참여할 예정이다. 똑같은 일들이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을 할 때보다 그 시간들이 기다려지고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하다. 확실히 이런 활동들은 나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서 먹고사는 일을 병행해야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서 먹고사는 것이다.


사회적인 삶과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서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해도 밥먹기 힘든 세상이니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해야 행복하니 어떻게든 그런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그 길이 어떤 길이고 어떤 주제로 어떤 사람들과 해야할지는 큰 고민이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선구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라도 하고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데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공익활동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라도 만나보아야 할까 싶다. 노예가 되는 일이나 행복해지는 일이나 둘다 어렵다. 한 쪽이라도 쉬운 길이 있으면 그 길로 갈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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