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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에서 진행 기획하고 진행하는 부산지역 공익활동가 '오픈세미나' 3번째시간 젠더폭력 활동가 편(?)에 다녀왔다. 이전부터 가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일정이 겹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이전부터 부산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 활동가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마련되어서 기쁘다. 앞서 진행한 다른 활동가들의 세미나는 듣지 못했지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해서 듣고 싶다. 나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기획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는 어색어색 첫 만남이어서 뻘쭘하게있다가 몇마디하고 왔지만 다음에 또 참가하게 되면 다른 단체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다. 특히 부산청년유니온 위원장님도 오셨던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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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미나를 해주신 분은 배정애님이었다. 이전에 여성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젠더폭력 활동가로 활동 중이셨다.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최근들어서 몇몇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런 강연을 듣기는 처음이었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배정애님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표정, 그리고 언어의 사용이었다. 나는 젠더와 섹스, 어떤 성적인 단어의 사용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꺼려져서 그런 단어를 사용해야하는 경우에는 움츠러들고 말소리가 작아지는데 배정애님은 전혀 그런 기색없이 오히려 그 부분에 더 악센트를 주어서 강조하시면서 이야기를 하셔서 젠더폭력이라는 개념과 사례에 대해서 머리로 뿐만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도 이해 할 수 있었다. 부끄럽지 않은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신뢰를 넘어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 그리고 책도 몇권 소개시켜주셨다. 다 한번쯤은 들어봤고 읽어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던 책이었는데 다시 소개시켜주시니 꼭 읽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읽자..
제2의 성 1
저자 시몬 드 보부아르
출판 동서문화사
발매 2017.02.20.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이민경
출판 봄알람
발매 2016.08.22.
맨박스
저자 토니 포터
출판 한빛비즈
발매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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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이 "젠더 폭력"이란 ; 생물학적(SEX)를 차이를 근거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이라고 정의하셨다. 생물학적 남성성을 이유로, 여성성을 이유로 어떠한 것들을 강요하고 막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먼저, 이 정의를 기반으로 해서 한국이나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더폭력들의 사례를 들었다.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것들도 많았고, 어떻게 해야하나 싶은 답답한 장면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중동의 여느 나라들보다는 여성인권이 신장되어 있다고 자랑처럼 떠들지만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노골적인 것과 교묘한 것의 차이만 있을 뿐 과연 본질적으로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강사님의 발표가 끝나고 나서는 각자가 한 가지 물건을 선정해서 일상에서 겪었던 젠더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나의 약함과 우울증이 의지로 해결해야할 문제로 치부되고 무시당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전에는 항상 망설여지는데 다들 즐겁게 들어주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줘서 감사했다. 안전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이때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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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는 강의들으면서 쪼가리로 생각했던 것들.
"이전부터 많이 접했던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강사님의 피티가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알고 있다는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인지,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것들을 사소하게 보는 관점 때문인지, 내가 여성이 아니어서 그런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강의를 들을 때면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오만함이 생긴다. 경계하면서 경청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일종의 꼰대적 감성이 아닐까."
"우울증 약을 먹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별로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힘든데 힘든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서 속시원하고 편하다. 내가 아픈데, 우울증 때문이다. 그래서 약을 먹는다.이 간단한 문장으로 나의 현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데 감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증약이나 내가 코에 뿌려대는 비염스프레이나 읽는 책 등은 모두 나의 친구들이다. 내 존재를 설명할 수 있게 해주고,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격동적으로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친구들. 강사님이 약통에 애칭이라도 지어보라고 하던데 애칭이나 하나 만들어줄까나. 불안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어떤 대상들을 대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내 입장을 지켜내면서 사람들과 관계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연대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던 밀양주민들과의 경험처럼 말이다."
"야하다는 단어가 나왔는데 도대체 야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야하다2
(野--) [야ː하다]
[형용사]
1. 천박하고 요염하다.
2. 이끗에만 밝아 진실하고 수수한 맛이 없다.
3. 겉치레를 하지 아니하여 촌스럽고 예의범절에 익지 아니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이런 놀라운 단어가 나온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천박하다는 뜻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구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사람. 성적으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세상에 유행하는 말로 하면 '걸레처럼 보인다' 정도의 뜻을 가진 단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이 언어가 유독 여성에게만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맥락이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야하다의 뜻 모두가 대부분 사회에서 여성에게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뜻을 보고나니 누군가에게 야하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폭력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든다. 성관계를 하다보면 이쁘다는 것을 칭찬의 맥락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너 야하다고 표현할 때가 있었는데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누군가를 '천박한 존재'로 만드는 표현은 사용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