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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 있었다. 머리도 감지 않고 샤워도 하지않고 지저분한 채로 하루종일 뒹굴었다. 이런 날이면 사람이 참 그립다. 친구랑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고, 노래방도 가고 싶다. 그럴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항상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 꼭 내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님을 안다. 오히려 진정으로 고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수도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일상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꺼내서 1시간이상 읽은 것이 언제인가 기억이 나지 않고, 운동을 한 것도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밥을 해먹은 기억도 어렴풋하게 들고 또렷하게 드는 것은 배달의 민족으로 비싼 음식들을 대량으로 먹어치웠던 기억뿐이다.
읽고 쓰는 것을 게을리하면 게을리 할 수록 더 읽을 것이 줄어들고, 쓸 내용이 없어진다. 예전에 한참 글을 많이 쓸 때에 줄줄 써내려갔던 일기도 이제는 점점 쓰기가 어려워진다. 글을 많이 쓰는 것이 버릇이 되면 최대한 하룻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서 쓸 내용도 늘어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나조차도 모른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게을리하면 게을리 할 수록 더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움직이는 방법도 잊어버리게 된다. 운동을 한 참 할때에는 운동을 하려고 나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 것을 본능적으로 멀리하게 되고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천천히 그리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 부분이 부드러운지 어느 부분이 굳어있는지도 잘 느껴진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일찍 자는 것들 말이다.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일상의 지루함과 따분함은 일상을 되찾으면 다시 술술 지나가지 않을까. 일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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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을 하지 않으면 오직 너의 연락만을 기다리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와있을까 화장실을 다녀오면 와있을까 온통 신경은 그것에 쏠려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축복이고, 서로 좋아하게 되는 것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기적이 없는 축복은 외롭고 씁쓸하다. 오늘이 지나기전이라도, 오늘이 지나고나서라도 뒤늦게 내가 떠올라서 작은 한 글자라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니, 기대하면 실망이 더 커지니 기대도 하지 않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