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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n 10. 2019

2+1과 알바 노동

친절과 행사 속에 숨겨진 노동들


소비자를 지배하는 행사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가면 좌우 어디 심지어 화장실에 까지 행사를 안내하는 종이들이 붙어있다. 1+1,2+1 행사 그리고 세계맥주 4캔 만원 행사 등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다달이 새롭게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의 목적은 하나다 소비자가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매출을 증대하고, 창고의 재고를 털어낸다. 사탕을 한 개만 사려고 했던 소비자는 2+1 행사를 보고 1개를 더 구입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1개의 지출과 다 먹을 수도 없는 추가적인 물건을 손에 넣게 된다. 온갖 색으로 칠해져 있는 행사 스티커들은 소비자들을 비합리적인 길로 인도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러 행사들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다. 행사에 눈이 멀어서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사서 원래 바꾸지 않아도 될 여러 가지를 추가적으로 변경해야 할 수도 있고, 필요 없었던 음료수를 한 개더 사서 먹은 결과로 잠을 설치거나 설사를 할 수도 있다. 시작했던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게 될 수도 있다. 행사는 소비자의 삶을 흐뜨러트리고 계획을 망가뜨리며 업체들을 이익에 복무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현대 심리학이 상담분야를 제외하고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가 마케팅 분야임을 생각하면 교묘하게 우리를 비합리적인 소비로 인도하는 마트나 편의점의 행태는 그리 놀랍지는 않다. 수 많은 마케터들이 만들어놓은 심리의 덫에서 소비자들은 허우적 거린다. 우리는 아무리 스스로 상술이니 뭐니 되새김질을 해도 마트에 발을 들이고 보안요원의 인사를 받는 순간 일정한 동선과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여서 소비를 한다.


이런 비합리적 소비 결국 과소비로 이어지고 과소비된 물건들은 제 때 사용되지 못하고 보관된다. 우리는 이를 위해서 더 큰 집, 더 많은 냉장고와 보관용기가 필요하다. 이처럼 유발되는 실질적인 비용들을 생각하면 어제 편의점에서 공짜로 얻었다고 생각한 2+1 행사 중인 바나나우유의 획득은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행사가 알바노동자들에게 부과하는 것들



이런 행사들은 소비자에게도 손해이지만 그 업체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비용을 유발한다. 이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근무로 나타나기도 하고, 노동강도의 증가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장 사소하게는 사장의 잔소리나 손님의 불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결국 업체나 점주의 입장이 아니라 그 속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행사는 손해다


+행사가 진행 중인 물건들은 점주가+로 지급되는 만큼의 물건을 추가로 발주한다. 원래 1개만 발주하면 될 바나나우유를 1+1 행사가 진행 중이면 손님들의 항의를 막기 위해서 2개를 발주한다. 1배 수로 발주하던 것이 2 배수가 되는 것이다. 2+1의 경우에는 3배 수로 발주를 한다. 4캔 만원 행사를 하는 세계맥주들의 경우에는 맥주 종류마다 차이는 있지만 잘 팔리는 맥주들은 4 배수가 넘는 발주를 자랑한다.


이렇게 되면 오전이나 오후에 물량이 들어올 때 물건의 양이 몇 배로 계속 증가한다. 내가 일했던 매장들은 전부 장사가 엄청 잘 되는 곳이어서 정말 물건이 끝도 없이 들어왔다. 주말 아침에 물건이 들어올 때면 손님들이 "여기는 새로 오픈했나 봐"라고 할 정도로 물건이 엉망진창으로 줄지어서 들어왔다. 이는 결국 이 물건을 정리하고 진열해야 하는 알바노동자들의 노동강도의 증가로 이어진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었던 매장은 물건을 쏟아져 들어오고 공간은 부족해서 사다리를 타고 물건을 끊임없이 위 로위로 쌓아 올렸다. 무거운 물건들을 계속 위로 올려야 했기 때문에 다치는 사람도 많이 있었고 정리하기도 힘들었다. 성수기에는 8시간 근무하는 근무자들이 8시간 내내 정리를 해도 오후 근무자가 도착할 때까지 치우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 매장은 다행히 2명 이의 근무자가 있어서 포스 기와 창고를 오가면서 일할 필요는 없었지만 야간의 경우에는 혼자서 물건을 채우고 포스 기도 봐야 했기 때문에 혼자 일하다가 급하게 포스기로 가다가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과도한 물건의 발주는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현장을 위험하게 만든다.


보상이나 안전장치없이 부과되는 노동


알바노동자들은 점주의 발주량에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에 대한 협의나 보상 따위는 없다. 발주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발주하는 사람만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날아침에 출근해서 커다란 탑차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운명을 점칠 수 있을 뿐이다.


노동강도의 증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편의점은 재고관리가 중요한데 물건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물건을 창고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넣기 시작하면 재고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특히 직영점의 경우에는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재고의 완벽한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가게에서 재고는 엉망진창이었다. 출근하면 여기저기 깨진 맥주캔이 굴러다녔고, 구석구석마다 떨어진 레쓰비들이 있었다.


나중에는 야매로 재고 무시하고 전 품목 재고를 체크해서 안 맞는 것들은 수량을 조정해서 메우기도 했지만 그것도 결국 비용인지라 손해가 발생한다. 매장의 손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고가 부족하면 점주들은 알바노동자들를 쪼아대기 시작한다. 알바노동자들이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알바노동자 책임이니 물어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책임소재를 알아낼 방도가 없을 경우에는 앞으로 엄벌하겠다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알바노동자들은 항변할 기회도 없이 그냥 그 이야기 듣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같은 말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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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 손님들까지 알바노동자들에게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2+1 행사라고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것을 보고 2개를 구입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말 필요한 1개 만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또 행사 제품이지만 자기는 2개만 가지고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면 2+1 행사 제품인데 제품이 2개만 남거나, 1+1 제품인데 1개만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행사 적용을 원하는 손님들은 알바노동자들에게 항의한다. "아니 행사 제품인데 왜 제품이 없냐 가게 관리가 왜 이렇냐!"를 비롯하여 다양한 유형으로 항의를 한다.


자기는 물건을 꼭 받아야겠으니 영수증 뽑아가서 전화번호까지 적어서 다음에 받으러 오는 손님도 있고, 본사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손님도 있다. 알바노동자가 "죄송한데 지금 재고가 그것뿐이라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알바노동자가 불친절하다고 '난리난리'를 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항의가 들어오면 본사에서 직원이 나오거나 점주의 귀에 들어가서 알바노동자들이 공격받는다. 안 그래도 무한 반복되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지만 앞뒤로 끊임없이 공격당하는 형국이 된다.


동의되지 않은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매장에서나 가장 권력의 가장 밑에 있는 알바노동자들에게 행사란 노동강도의 상승이고, 감당해야 할 감정노동의 상승이다. 이런 것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임금이 오르지도 않는다. 일이 많으나 적으나 최저임금이다. 그마저도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 가입 등은 엄두도 못 낸다. 이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결국 자기돈 내고 병원 가서 치료받고 노동을 그만둬야 한다.


무분별한 행사는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행사 제품 없다고 알바노동자에게 성질내고 싸움 거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문제겠지만, 결국에는 노동자와의 협의나 동의 없이 진행되는 행사가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동조합도 없고, 교섭 자체를 할 수도 없는 수많은 알바노동자들은 주어진 의무처럼 불합리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나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지만 가장 좋은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매장의 행사비율이나 노동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고 회사와 교섭을 하는 것이다. 착한 점주들의 인품에 기대거나, 행사를 안 할 것 같은 매장에만 취직하는 노하우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편의점에 붙어있는 수많은 +가 붙어있는 스티커들은 매장 창고에서 땀 흘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물건을 치우고 물건을 채워놓고 있을 노동자들의 동의되지 않은 노동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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