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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n 28. 2019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들과 마주할 때

주말이면 만나는 부러운 사람들과 열등감에 흔들리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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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을 하지 않는 주말에 노동을 하다보면 부러운 사람들을 보게 된다. 꽤 돈이 많아 보이는 부모님과 함께 간식을 내려오는 두 아이들, 젊은 신혼부부와 반려동물, 주말에 친구집 빌려서 술마시고 놀 생각에 들떠있는 사람들, 차타고 휴가 떠나기전에 편의점에 들려서 마실 음료를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물건을 계산해주고 돈을 받고나면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온다. 부러움, 열등감, 분노 등 갖 부정성들이 내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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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들은 내 삶에 대한 염증이나, 혐오에 가깝다.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고있지 않다는 확신에서 발생하는 마음들이다.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사회에서 정상적인 것을 나타내는 표현은 다양하다. 연봉 5천만원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나 차로 설명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성애자로 표현되기도 하고, 비장애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상'의 잣대로 나를 평가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나는 정상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성애자이고, 비장애인이고, 남성이며, 대학을 수료했다.

하지만 '정상성'의 결여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상대적이고, 비교적이다. 내가 가진 정상적인 척도보다 가지지 못한 척도, 결여되어있는 척도가 나에게 더 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부모가정, 돈이 없는 집, 함께 밤을 보내면서 놀 친구 하나 없는 삶 같은 것이 나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마음 속으로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술을 많이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방탕하다고 비난하고, 가족끼리 이야기하면서 물건을 오래 고르는 손님들을 민폐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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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열등감에 불과하다고 마음을 토닥여도 부러움을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파트에 살고, 결혼도하고 차도 가지고서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면서 살고싶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술파티를 벌이고 싶다. 미래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부러워하는 것들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열등감은 후라이팬의 잔열처럼 잔잔하게 내 마음 한 구석을 덮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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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내가 수용해야할 나의 마음이다. 부러움이 있음을 인정하고, 내 나름의 행복을 찾아 살아야한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고 그것에 열등감을 느끼면서만 살 수 없다. 난 가만히 서서 불행을 당하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동적 인간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상성들을 권력으로 남용하지 않으면서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타인의 비정상성 혹인 소수자성을 나의 우월감의 근원으로 삼지 않을 여유가 필요하다.

나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들을 마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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