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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Oct 30. 2018

PC방 살인사건을 보고 든 생각

종합적인 대책과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노동조합. 그것이 필요하다.

PC방 살인사건을 보고 든 생각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2854&fbclid=IwAR2X_OefUJp4fPdfr_CPuZYjChv_LOKz_FukERBSi8GSBnGE5a8bDFuvLvo

pc방 살인 사건은 늦은 시간에 혼자서 근무해야하는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나의 직장이 그럴 경우에 대처하라고 알려준(알려주지 않고 비치해둔 종이에 적혀있는 이야기는) 수상한 사람이 등장하면 그 사람을 향해서 크게 인사하라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누르고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경찰 비상벨만이 포스기에 존재한다. 경찰들이 올 즈음이면 난 아마 싸늘한 주검이 된 뒤일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에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가게 주방에 비치되어 있는 식칼로 범인에게 맞서서 싸우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다. 같이 일하는 많은 동료들도 이 극단적인 해결책에 많이들 공감하고 동의한다. 아니, 이것 밖에 없다고 느낀다. 가게는 구조부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돈을 훔치지 못하도록 만들어져있지 우리를 지키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가게의 구조, CCTV의 위치, 경찰의 출동 시간 등 더 많은 안전장치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본사가 나서야한다.


2.

이번 살인을 포함해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공격당한 이유는 '봉투값' '불쾌한 시선' '불친절' 한마디로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 가게에 나와있는 메뉴얼에도 최대한 기분나쁘게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인성이 틀려먹어서 불친절하게 손님을 대하거나, 손님들이 느끼는 불쾌함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반드시 불쾌한 존재가 된다. 


환경을 위해 봉투값 20원을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이야기이고 비닐을 줄이기 위해서 그 값을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20원보다 더 높은 값을 받아야만 효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그 봉투값을 받기 위해서 손님과 현장에서 불쾌함을 마주하고 싸워야하는 것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실제로 일을 하면 봉투값으로 인해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봉투값이 있다는 것을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소리치고 화내는 사람들도 다반사다. 미리 메뉴얼대로 봉투값을 이야기하지 않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탓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일정부분 과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부과하는 사람도 아니고, 가게의 주인도 아닌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모든 폭력을 뒤집어 써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너무 과도하다. 


또한 아르바이트노동자는 혼자 혹은 소수가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우리 가게만 해도 기본적으로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하는 업무 이외에 계속해서 업무가 추가된다. 계산은 기본이고 물건을 채우고,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청소, 물건 face up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커피머신이 생겨서 커피를 뽑아야하고, 추운 겨울이 되면 군고구마도 구워서 판매한다. 손님이 많이 몰리면 신경써야할 것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친절해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에 편의점에 계속 새로운 시설들이 들어서는 추세다. 아이스크림 기계로 아이스크림을 뽑고, 치킨을 튀기고, 밥을 짓는 곳도 있다. 이런 업무의 증가는 편의점 노동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불친절한 존재'로 만든다. 


이러한 기기들의 추가는 공장으로 따지면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지만 오로지 본사의 정책에 달렸을 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기계를 추가하면 인력을 더 충원하라던가, 노동 강도를 불필요하게 올리니 기계를 들이지 말라는 의견을 말할 창구도 힘도 없다. 


3.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 처벌을 원하는 청원을 넘어서 본사에게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그것을 협상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그런 노조말이다. 계속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오늘도 우리의 대책은 가해자가 얼마나 죽일놈인지 저울질 하는 것 뿐이다. 무엇이라도 해볼려고 하면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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