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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지는 않지만 중학교 3학년 때,처음으로 MP3플레이어가 생겼다. 아이리버에서 나온 빨간색 256MB 모델이었다. 핸드폰도 1테라바이트의 용량을 자랑하는 시대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그 당시 MP3는 용량도 크기도 아담했다. 충전하는 배터리 대신에 AA건전지가 들어갔다. 용량이 적어서 음악을 많이 넣지는 못했다. 당시 유행하던 P2P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앨범채로 다운받은 노래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노래들을 하루종일 선별해서 넣었다. 그래서 MP3에 들어있는 어느 노래 하나 질리는 것이 없었다. 고르고 고른 노래들이다보니 내가 그 노래를 MP3에 넣은 이유와 사연까지 모두 기억했다. 이제는 시간이 오래되서 어떤 노래가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작은 기계는 나에게 자유와 행복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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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MP3는 아이뮤즈라는 중소기업 회사 제품이었다. 엄마한테 영어듣기를 핑계로 졸라서 겨우 샀다. 친구들의 아이팟보다는 무거웠고 게임도 못했지만 내게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용량은 내 첫 MP3보다 4배는 큰 1GB였다. 내 손에 들어오는 것들 중에 GB단위는 처음이라 여기저기 많이 활용했다. 노래도 들었고, 소녀시대 팬픽도 넣어서 읽었다. 당시에는 팬픽을 진짜 많이 읽던 시절이라 주말이면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이틀 동안 팬픽만 읽었다. 이 때에는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이 생겨서 친구들이랑 노래도 공유하고 쉬는 시간이면 같이 노래도 들었다. 같은 장르를 좋아하던 친구와 갑자기 친해지기도 하고,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노래를 찾아듣기도 했다. 이 때 노래와 mp3는 소통의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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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mp3를 마지막으로 해서 내 mp3의 역사는 끝난다. 내가 스마트폰이 생기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파일을 다운받아서 기계로 넣어야하는 일들은 귀찮은 일이 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재생목록에 수백곡씩 노래를 넣어놓고 끌리는 대로 노래를 들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편리하긴 하지만 mp3시절에 한곡한곡 노래를 고르던 만큼의 곡에 대한 애정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에 와서는 알바할 때 가게에 틀어놓는 음악을 제외하고는 노래를 거의 듣지 않는다. 스트리밍 서비스 결제금액도 부담스럽고, 사라진 이어폰을 찾아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이제는 음악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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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이거나 갑자기 돈이 생기면 mp3를 검색해서 기기를 찾아본다. 이제는 중고거나 초고가의 mp3가 아니면 출시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난 노래 한곡한곡을 정성들여서 선별해서 넣고다니는 mp3를 다시금 구해서 노래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