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광주 이야기]
2012년부터 매년 5월 18일이면 광주에 간다. 광주영령들이 묻혀있는 망월동묘지에 가서 침묵의 인사를 한다. 마지막날 밤 광주 도청에서 총을 들고 싸웠던 시민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의 나약함에 대해 고민한다. 의도하지 않게 수백명의 대학생 앞에서 광주의 의의에 대해서 발언 할 기회가 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 준비하려고 했지만 준비는 하지 못했고 즉석에서 몸이 시키는 대로 했다.
내가 기억하는 발언의 내용은 이랬다. "1980년 5월 18일의 밤 광주는 섬이었다. 외부와의 연락은 모두 두절되었고, 주위에서 계엄군이 몰려온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그렇게 광주는 섬이 되었다. 광주시민들은 섬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 친구가 죽고,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었다. 눈 앞에서 자행되는 믿을 수 없는 일들에 그들도 믿을 수 없는 기지로 대응했다.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고, 수혈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매일 저녁 모여서 금남로 광장을 지켰다.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그 도시에 있었던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패배하거나 죽을 것을 각오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그만두려고 하지도 않았다. '역사가 우리를 승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라는 박관현 열사의 말처럼 그들은 역사에 의지해서 밤을 보냈다. 시청에 울려퍼지던 총성이 잦아들고 시체들이 즐비했다. 사람들은 그 날의 모습을 잊지않았다. 사람들은 역사의 증인이 되었고, 그 날을 일을 두 눈으로 기억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다르지 않다. 그 날밤 고립되었던 광주처럼 우리 사회에도 수 많은 섬이 있다. 굴뚝위의 노동자들, 진상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그 외에도 고립되어서 싸우는 섬들이 있다. 우리가 오늘 광주에 와서 다시금 새겨야할 것은 이 수많은 섬들을 다시는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섬들은 이어져야하고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우리가 오늘의 광주에서 망월동의 영령들에게 해야할 굳은 약속은 섬과 섬을 잇는 오작교가 되겠다는 맹세다. 죽어가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혼자있게 하지 말자. 이기지는 못할 지언정 함께 패배하자. 그것이 광주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