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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l 10. 2019

제목 미정 3.

홈리스, 노숙인, 빅이슈

[홈리스, 노숙인, 빅이슈]


대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지하철을 타면 만나는 '노숙인' '구걸'에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한참 사회가 불평등하고, 사람들의 가난은 사람들 개인의 탓이 아니고 등의 이야기를 공부하던 중이라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동아리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선배들은 우리가 돈을 줘도 저 분들에게 일감을 주는 조직폭력배 같은 사람들이 돈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안 주는 것이 좋고, 차라리 열심히 운동을 해서 저분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궤변이지만 선배는 하늘같던 시절이라 그 말을 믿었다. 동아리에 어떤 친구는 저 사람들한테 돈줘봐야 술이나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내게 귀뜸처럼 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버지를 한참동안이나 보지 않고 있을 무렵이었다. 길에서 아버지와 너무 똑같이 생긴 사람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확인해보니 아버지는 아니었다. 다만, 노숙인에 대한 인식에 충격이 왔다. 내가 그 동안 무시하고 무심하게 지나왔던 수 많은 노숙인들이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수도, 자신의 탓으로 노숙인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불행은 대부분이 사회구조의 탓이라는 내가 믿는 사회과학의 예외였던 사람들이 이 순간 나의 사회과학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를 닮았던 노숙인에게는 내 지갑에 있던 현금의 전부인 1만원을 넣었다.

서면 부전도서관 근처나 남포동 지하철역 앞에는 '빅이슈'라는 노숙인 잡지를 판매하는 분들이 있다. 5천원이면 양질의 잡지를 구입할 수 있고, 요즘은 카드도 된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자신의 몫이 아니었을 문제로 노숙인이 되었을 분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되기 위해 한 권씩 구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친구들의 생일 날이면 10권정도를 구입해서 그 친구 이름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세상을 바꾸기 이전에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자. 버려져도 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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