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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pr 08. 2020

퇴직. 퇴사.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퇴사하기.

퇴직. 퇴사.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0년씩 일하기 어렵다. 취업 준비를 위해 노동을 하던 사람취직에 성공하면 노동을 그만둔다. 풀타입 직업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가게가 망하기도 하고,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당한다. 퇴직금을 아끼기 위해 1년 11개월씩 재계약을 한다. 편의점이나 카페의 경우 요즘처럼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노동자를 해고한다.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특별한 해고 사유 없이도 해고 통보만 하면 손쉽게 해고가 가능하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퇴직 혹은 해고는 일상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바뀌는 일은 자연스럽다. 내보내는 일은 당연하다.

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면서 아직까지 해고를 당한 은 없다. 자르기 전에 내가 그만두고 나왔다.  나를 해고하기 위해서 벼르고 있던 가게도 있었고, 나한테 잘해주었지만 버티기가 어려워서 그만두었던 직장도 있다.

첫 번째 일했던 직영 편의점에서 해고당할 뻔했다. 주 5일 하루 6시간을  일했다. 돈을 벌고 쓰는 재미에 빠져서 밤새 놀고, 새벽에 통보식으로 전화해서 출근을 안 하는 일이 몇 번있었다. 점장은 다른 직원들을 통해서 내 SNS 계정을 뒤다. 내가 하고 있던  알바노조 활동을 점장이 알게 되었고, 조금만 실수를 해도 "너 법 좋아하잖아! 니 좋아하는 법대로 해볼까?" 하며 협박을 일삼았다. 마침 부산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몇 달 지내게 되어서 출근 못하겠다고 연락하고 잠수를 탔다.

갑작스럽게 출근하지 않은 일은 내 잘못이다. 일방적인 퇴사 통보도 점장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점장이 타인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뒤져보고, 그걸 빌미로 협박하고 소리쳤다.  특히,  매장이 입점해있던 호텔에서 위생 검사가 나오는 날에는 엄청나게 날카로워져서 모든 직원들에게 막말을 일삼았다. 그런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일할 때 점장과 단둘이 있어야 해서 늘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언제 갑자기 화가 나서 난리를 칠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일했던 직영 편의점에서는 첫 번째 일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잘 버티면서 일했다.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주는 직장이라 악착같이 1년 6개월을 버텼다. 덕분에 일터에서 괜찮은 평판을 들으며 일했고, 점장도 나를 그리 나쁘게 보지 않았다. 오후 타임 근무라 점장과 오래 마주치지 않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어떤 점장이든 하루 종일 함께 일하면 안 좋다. 관리자는 최대한 덜 마주쳐야 좋다.  

이 직장에서는 퇴직을 미리 준비했다. 근무한 지 1년 5개월쯤 되었을 무렵 퇴사 사실을 알리고 퇴직 서류를 작성하고, 인수인계를 마쳤다. 마지막 날까지 근무하고 월급, 퇴직금 모두 수령하고 퇴사했다. 큰 문제없이 퇴사한 첫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새로운 가게에 취직했을 때에도 이때 무사히 일하고 퇴사했던 기록 덕택에 사장님이 나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체 특성상 직영점에서 일하고 퇴사하면 기록이 남는다. 1년 이상 장기 근무를 하고 문제없이 퇴사하면 이후에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할 때 도움이 된다.

적당한 아르바이트 노동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원하는 만큼 근무하고 큰 문제없이 무사히 퇴사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을 구하더라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이후 구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직영점이 많은 프랜차이즈 거나, 가맹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퇴사하면 이후 구직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잘못하면  프랜차이즈 가맹 그 어느 곳에도 직할 수 없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해가 안된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공간이 프랜차이즈 직영점이거나 가맹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거나 동네에서 좀 규모가 있는 가게라고 한다면 일하기로 계약한 기간 동안은 버텨야 한다. 이후에 임금체불에 대해서 노동청에 진정을 넣거나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떳떳하게 할 수 있다. 법률상 비정상적으로 퇴사를 했다고 해서 문제제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당사자의 마음이 불편하고 떳떳하지 않으면 당당하게 싸우기가 쉽지 않다. '나도 잘못한 일이 있는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권리 찾기는 힘들다.

지금 일하는 가게에서 8월쯤 퇴사를 계획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20년은 근무하고 싶지만,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출근하는 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얼른 퇴사할까 하는 고민도 들지만, 충동적인 퇴사가 나에게 주는 심적부담이 얼마나 큰지 겪어봤기 때문에 일단 출근한다. 퇴사와 마무리는 내가 법적으로나 심적으로 당당할 수 있게 깔끔하게 해두려고 한다.

비정상적인 퇴사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결국 스스로에 대한 신뢰나 자존감이 무너진다.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 딱 1년이라도 버티면서 일하고 퇴사를 한 사람은 그 이후에도 최소 1년 이상은 아무렇지 않게 일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1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 1년이라도 근무하고 작은 퇴직금이라도 받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퇴사 후에 퇴직금을 안 준다면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1년 이상 근무했다면 한 달치 월급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으니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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