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Sep 01. 2020

1. '그냥' 쓰기

#90일간의글쓰기대장정 #'그냥'쓰기


-

11월 30일에 군대 간다. 딱 90일 남았다. 3개월이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고도 하고. 입대 전 3개월은 허송세월 보내기 딱 좋다고도 한다. 새로운 습관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애쓰고 싶지도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지도 않다. 학대하지 않고, 방치하지도 않으며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머리를 스친 것은 글쓰기.


딱 3개월간 매일 글을 쓰려고 한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책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3개월 동안 매일 '그냥' 쓰기. 거창한 목표나 의도가 생기면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 목표가 주는 부담이 더 크다.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늘 대단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달라진 내 모습을 꿈꾸며 도전을 했지만 성공한 계획은 많이 없었다. 성공하더라도 괴로웠다. 


행복하게 살면서, 계속 배우고 익혀나가는 삶도 살고 싶다. 그래서 약간 붕 뜨기 쉬운 입대 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그냥'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별 이유 없는 [셀프 코칭] 작성하기를 100일째 하고 있다. 원래는 작성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결의를 했으나 결의는 남아있지 않다. 언제든 일어나서 '작성하는 일'만 남아있다. 나에게 습관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결의'나 '성취'가 아닌 것 같다. 별생각 없이 '그냥'하는 것들이 늘어나야 새로운 습관, 그 습관들로 연결된 삶이 열린다. 


'그냥'시리즈는 글쓰기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그냥' 노동하기는 11월 5일까지 편의점 노동을 어떤 이유에서건 그만두지 말고 그냥 하는 것. '그냥' 운동하기는 입대 전날까지 푸시업과 버피 테스트를 생각날 때마다, 일어났을 때마다 집중 안 될 때마다 그냥 하는 것. '그냥' 셀프코칭은 일어나자마자 생각이 들든 안 들든 그냥 셀프 코칭을 작성하는 것. 새로 추가된 '그냥' 글쓰기는 4번째 '그냥' 시리즈다. 


'해내야지!' '꼭 잘해야지!' '뭐가 되어야지!'라고 결의한다고 성취해낼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방법을 몰라 새로운 시작에 늘 결의를 하지만, 계획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냥'하는 일이다. 목적도 이유도 두지 않고, '재미'로 그냥 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하는 것. 몇 세트 해야지가 아니라 뭐라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더 즐겁다. 계획은 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은 있겠지만, 꼭 필요한 일에만 세우고 싶다. 일상의 모든 일들을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싶지 않다. 힘들다. 


입대라는 무게에 짓눌려서 대단한 3개월을 보낼 생각은 없다. 입대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쾌락과 나태함을 쫓다가 떠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입대를 하든 안 하든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하던 일을 하다가 가고 싶을 뿐이다. 입대도 뭐 별것 있겠나. '그냥'입대해야지. 


https://blog.naver.com/daehee756


작가의 이전글 제목 미정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