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를 상하게 하는 '알바'

쓰레기를 비우다가 어떤 사람에게 '비위'상한다고 비난당한 이야기.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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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즐거운 어린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즐겼겠지만 난 일을 했다. 손님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종종 손님들의 행태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화나게 한 손님이 있었다.

보통 야간알바와 교대하기 전에 쓰레기를 다 정리해서 버린다. 너무 일찍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가 또 쌓여서 9시정도가 되어서 정리를 시작한다. 어제도 9시쯤에 쓰레기를 정리했다. 정리하던 중에 날카로운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는지 봉투가 찢어졌고 쓰레기들이 밑으로 떨어졌다. 봉투 크기도 커서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구겨넣어서 테이프로 겨우겨우 입구를 봉했다.

떨어진 것들을 쓸고 바닥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여성이 나에게 왔다. "여기 마감이 몇시까지에요? 지금 꼭 해야하는 건 아니면 밥먹고 하면 안되나? 일하는 거 보기만 해도 역겹고 비위가 상하네요. 밥 먹는데 안했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내가 진짜 비위가 상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본인이 밥먹는데 내가 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역겨웠다는 이유로 자신이 밥 다먹고 난 뒤에 일 하라는 것이었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지만, '퇴직금은 받고 그만두어야해..!'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서 썩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고 이야기했다. 또 나는 잘못한게 없었지만 '죄송해야만' 했다.

난 사람이라면 본인이 보기도에도 역겹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보기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하시는 분은 얼마나 힘들까 에구궁,,'같은 최소한의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라, 일 하는 모습 보는 것이 역겨우니 자신이 가고나면 하라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 잘나가는 어떤 웹툰 제목이 떠올랐다. '타인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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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너무 많이 나고, 모멸감도 느꼈다. 얼른 쓰레기 정리해서 버리고 쉼호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다. '노동 인권'이 부족해서 일하는 알바를 노예쯤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자신과 가족 빼고는 타인을 전혀 배려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극단적 이기주의자여서 그런 것인지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했다.

거대한 하나의 '악'의 고리가 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짜로 '밥'먹는 데 쓰레기 보는 것이 불편해서 일하는 나에게 말했을 뿐이라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은 나도 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다양한 기준들을 통해서 할지 안 할지를 고려해서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기준에 '알바'는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사람다. 단지 그 뿐이다. 그 기준에는 다양한 사회적 기준들과 교육, 그 사람의 계급적 위치 등이 반영되어 있다. 단 한 순간의 행위였지만 그 사람의 다양한 인생의 순간들이 교차되어서 만들어진 한 점이었다. 난 그 한 점에 '재수없게' 찍힌 '알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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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60079.html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들이 냄새나고 더럽다는 이유로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일을 한다고 들었다. 내가 하루 겪었던 순간의 경험을 누군가는 청소노동을 하시는 분들을 평생 마주하고 산다. 주변사람들의 모멸감과 멸시,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 나오는 것처럼 차를 청소하는 세차장은 있지만 노동자들이 씻을 수 있는 샤워장이 없어서 대중교통도 이용못하고 자기차로만 집에갈 수 있는 노동자들의 삶이 있다.

이런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이 꼭 전부 손으로 하지 않을 수 있게 개량된 차를 제공하고, 샤워실을 제공하면 냄새가 나는 등의 '민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 가게에 쓰레기가 자주 넘치는 것도 쓰레기 통을 하나 더 만들어서 분리수거를 더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만들면 봉투가 차는 속도가 줄어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무리하게 봉투를 넣다가 터져서 욕먹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다. 알바는 함부로 대해도 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을 '쓰레기'로 보는 시선과 인식들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자신들의 집과 거리에 냄새가 나지 않고 쓰레기가 정리되어 있는 것이 누군가가 그 냄새와 쓰레기를 감당하고 치우고 때문임을 의식해야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알바의 노동이 혐오스러워 보인다면, 그 알바가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넘쳐나는 쓰레기에 더 역한 파리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할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나에게 얼른 쓰레기 통을 치우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말이다.


항상 자신이 무인도에 살아가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감을 인지하고 그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에서 끊기거나 벗어나는 순간 지금 누리는 것들이 모조리 사라질 것임을 공포스러워 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을 무서워해야 사람을 무서워하고 자신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인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다. 송곳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사람에 대한 존경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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