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다듬고 또 깨지고
이 글을 쓰며 아직도 사춘기인가 보다 라는 자조적 생각이 든다.
굉장히 경쟁적인 교육에서 고등학생 때는 나의 점수가 내 세상이었다.
그 세상은 사관학교에서 깨졌고 나의 동료와 사명감이 세상이 되었다.
4년간 공부하는 동안 한 가지 일관된 목표를 위한 사명감과 동료의식은 당연한 거였다.
그 두 가지만 가지고 졸업한 뒤 감사하게도 내가 한 경험과 사명감을 아주 이른 시기에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고만장했고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는 느낌이었다. 최선을 다했고 운이 좋게도 빛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내 사명감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 행복했고 당연히 그게 전부라 믿었다. 그 이후로 내게 중요한 건 오직 사명감과 동료의식이었고 그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돈보다 빛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좋았고. 뭔가 어딘가에 있는 그 이상을 좇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유학 온 뒤 세상이 한번 더 깨졌다. 세상에, 동료의식이라는 것은 참 귀한 것이더라. 스스로 추구하는 바와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있더라. 서로 다 바쁘고 개인의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을 챙기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더라. 동료의식이 있더라도 서로의 개인 상황을 알기에 집단을 위한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더라. 나이가 들수록 진정으로 감사하여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감사인사가 행여 그분에게 부담이나 누가 될까 표현하기 힘들더라. 아무것도 모르며 기고만장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더라.
산산조각 났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명감은 별로 취급받지 못하고 동료의식 또한 챙기기 힘들었다.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세상이었다. 내 안의 나는 너무 커져있었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나에게 내가 너무 중요해져서 다른 사람의 모든 한마디에 민감하게 굴었다. 익숙해지고 있다. 거칠지만 또 이 방식에 맞춰 조금 다듬어지고 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기도해야겠다. 내 중심을 찾아야겠다. 아무래도 사춘기가 아직 덜 지나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