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나체주의자 집이 숙소

카우치서핑 체험기

by Cosmo

1. 조금 특이한 숙소

고등학교 때 처음 ‘카우치서핑’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여행객을 무료로 재워주는 대신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방식. 그때 ‘언젠가 돈 없을 때 써먹어야지’ 했는데, 6~7년 뒤, 파리 다음 목적지였던 스트라스부르에서 실제로 써먹게 됐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앤비처럼 프로필을 만들고 호스트에게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10번 신청했는데 전부 거절당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어느 한 호스트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프로필 사진 속 점잖은 중년 남자에 좋은 리뷰도 많았다. 그런데 두 가지가 걸렸다. 그는 나체주의자였고, 선호 게스트 성별이 남성이었다. 무서웠지만, 생각해 보니 그가 여성 게스트를 들이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다 싶어 결국 “OK”를 보냈다.

도착 전날부터 그는 “몇 시에 어디로 오냐”라고 집요하게 물었다.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자차로 마중 나오려고 했던 거였다. 그날 나는 현지인 드라이브와 시티 투어까지 풀코스로 받았다.




2. 나체주의자 호스트와 고양이 meo

여행 피로가 쌓여서였을까, 날씨도 흐리고 굳이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금융업계 회사원인 호스트는 평일엔 출근했고, 집에는 나와 고양이 meo만 남았다. 하루 종일 meo랑 놀고, 낮잠 자고, 냉장고 털며 현지의 평온을 만끽했다. 저녁이면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 먹으며 구글 번역기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번역기를 써도 깊은 대화를 하긴 쉽지 않았다. 문화와 언어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중 가장 웃긴 건 ‘헤어 드라이기 사건’이었다. 샤워 후 “헤어 드라이기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영어가 서툰 그는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털며 ‘위이이잉’ 소리를 내는 바디랭귀지를 했다. 그러자 그가 가져온 건… 이발기(바리깡)이었다. 민머리인 그는 드라이기를 쓸 일이 없었고, 내 행동을 머리 미는 제스처로 본 거다. 나는 손사래 치며 수건으로 머리를 세차게 털었다.




3. 고양이에게서 배운 것

떠나는 날, 그는 나를 기차역까지 바래다줬다. 차 안에서 문득 meo가 생각났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meo의 세계는 단순했다. 돌아다니다 밥 먹고, 낮잠 자고. 왜 산책을 안 시키냐 물으니, 사람을 무서워해서 데리고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좋은 세상도, 힘든 세상도 모두 밖에 있는데, meo는 그걸 전혀 모른 채 살아간다. 죽을 때 기억하는 세상이 이게 전부라면…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을까.


그 순간, 나 자신이 겹쳐 보였다.

유럽 여행 전부터, 어쩌면 그때까지도 내 안엔 자괴감과 불안이 가득했다.

"500만 원 그냥 날리는 거 아냐?"
"내가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게 맞나?"
"이럴 거면 뭐 하러 왔나?"
"그냥 집에 있을 걸…"


하지만 meo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있잖아. 그걸로 충분하다."
"변화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아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
"언젠가 이 경험이 분명히 나를 지탱해 줄 거다."


한 고양이 덕분에 알았다.

여행은 단순히 ‘밖으로 나가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조금 더 넓히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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