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의전이 보여준 냉혹한 현실과 실패한 협상
2025년 8월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사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착한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의 영접은 통상적인 대통령급 의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의 외국 정상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는 사용되지 않았고, 환영 의전 역시 최소한의 수준에 그쳤다.
역사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우방국 지도자들에 대한 의전을 살펴보면 이번 사례의 이례성이 더욱 부각된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방미 때는 물론,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블레어 하우스가 사용되었고 화려한 환영식이 거행되었다. 외교부 의전 매뉴얼에 따르면 대통령급 방문에서 영빈관 사용과 공식 환영식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다.
MBC 김정호 특파원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의 영접 의전은 매우 초라했고, 블레어 하우스도 사용되지 않아 통상적인 대통령 방문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의전 축소가 아니라 미국 측의 의도된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회담 3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였다.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는 듯하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심리전이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이를 "트럼프가 회담 직전 노골적인 색깔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을 흔들며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적 압박용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협상론의 대가인 하버드 로스쿨의 로저 피셔 교수는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협상 전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은 고전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번 행동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적 성향과 과거 대북 발언들을 문제 삼아 회담 전부터 한국 측을 수세로 몰아넣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트럼프 특유의 거친 화법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6년 대선 캠페인부터 2024년 재선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를 분석하면, 이는 명백히 계산된 정치적 수사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숙청', '혁명'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전쟁 선포를 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냉랭한 반응을 이해하려면 회담 이전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중국에 친서를 전달하고,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이례적인 순서를 택했다. 이는 미국 측의 강한 불쾌감을 샀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의 국익과 직결된 핵심 의제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관세 문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 쌀과 쇠고기 수입 개방, 주한미군 비용 분담금 증액,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 등 민감한 현안들이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미 교역 규모는 1,686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제2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5.6%에 달해, 관세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 논의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은 연간 약 1조 1,8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국방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방위비 분담금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날 경우 한국의 국방예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 투자와 무역 협상 의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관세 및 방위비 문제에서 한국 측 입장이 크게 약화됐다"라고 전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특검 조사 등 정치적 부담에 쫓기며 대미 협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배웅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통상적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에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또는 고위 관료를 통해 상대국 정상을 배웅하는 것이 관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의 회담에서도 트럼프가 직접 배웅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이라고 해명하려 하지만, 외교 의전에서 이런 세부 사항들이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국무부 의전 매뉴얼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정상회담 후의 배웅은 향후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CNN과 NBC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이번 회담을 "무역 협정 세부 조정 및 주한미군 방위비 논의"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회담 전 SNS에 한국 정치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회담에서는 긴장이 크게 표출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이를 한국 측의 일방적 양보로 해석했다.
이번 방미는 단순한 외교적 실패를 넘어 한미동맹의 국격 자체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0여 년간 구축해 온 동맹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흔들린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정의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 특히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결속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오히려 동맹의 약화를 노출시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와 이 대통령은 북한, 안보, 조선업 긴밀 협력에 낙관적 입장"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표면적 평가에 불과하다. AP통신도 "무역과 방위 문제 중심 논의, 한국의 미국 투자 약속 확인"이라고 전했으나, 구체적 성과나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중국과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을 "한미 간 이견 노출"로 보도하며 틈새를 파고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역시 한미동맹의 균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번 참담한 결과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에서 친중 종북 세력을 척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과 혁명" 발언은 단순한 막말이 아니라 한국 내 친중 세력에 대한 미국의 깊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그는 "사드(THAAD) 배치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고,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바 있다.
한국갤럽의 2024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친중 정책보다는 한미동맹 강화가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73%가 "북한에 대한 강경 정책 유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친중 종북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중요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양국 교역 규모는 연간 3,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그러나 경제적 실익과 안보적 가치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홍콩 사태와 신장 위구르 탄압 등을 보면 중국의 권위주의적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21세기 글로벌 질서는 미중 경쟁이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저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기존 패권국과 부상하는 도전국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의 동맹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일당독재와 국가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할 것인가. 이는 단순한 외교 정책 선택을 넘어 한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독일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에 의존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반면 폴란드나 체코처럼 명확하게 서방과의 가치 동맹을 선택한 국가들은 안정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1인당 GDP는 평균 4만 2,000달러인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은 평균 1만 3,000달러에 그친다. 자유와 번영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가치임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상징적이었던 장면은 이재명 대통령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발언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라고 말하며 회담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당시 오벌오피스에 있던 참석자들과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재치 있는 말장난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런 언어유희가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었을까? 경향신문과 한국경제 등 여러 언론이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협상 성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는 표현은 오히려 한국 대통령을 가볍게 여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저도 골프를 좀 치게 해 주시고"라며 골프까지 언급하는 친근감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런 수사적 표현 뒤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라고 응답했지만, 한국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친화적 수사와 달리 실제 행동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관세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고, 3,500억 달러 투자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서도 "유연화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특히 쌀과 쇠고기 수입 문제는 한국 농업계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현재보다 30% 증가할 경우 국내 축산업 피해가 연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이나 협상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한 점이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애매한 중간자적 입장은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 조선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의 친미 행보를 경계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의 친중 성향을 의심하고 있어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국제 정세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이유로 애매한 중간자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 오늘날의 딜레마를 낳았다.
싱가포르의 리광야오 전 총리는 "작은 나라일수록 명확한 원칙과 가치를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도 이제 '균형 외교'라는 미명 하에 숨어있을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라는 언어유희로 잠깐의 웃음을 자아냈다고 해서 외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관세 협상에서 한국 기업들의 실익을 확보하고, 방위비 분담에서 합리적 수준을 유지하며, 농업 개방 압력에 대해서는 국내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실패는 아픈 교훈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친중 종북 세력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이를 계기로 한국 정치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 자주적 번영의 길, 그것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이 글은 2025년 8월 24-26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폭스뉴스, AP통신, 블룸버그, NBC, ABC, MBC 등 주요 언론 보도와 국내외 전문기관 자료를 종합해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