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밑그림이 완성작이 되는 것, 리허설 없는 공연이 곧 삶이라는 문장은 뜻밖의 용기를 줬다. 그리고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라는 클리셰 같은 문장이 유난히 더 실감 나게 느껴졌다.
초안 없이 완성되어 가는 그림이 삶이라면, 그것은 곧 연습 없이 시작하는 붓칠의 향연이다. 실수로 그어진 붓 자국은 언젠가 완성된 캔버스의 한구석에서 빛나거나 덧칠로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항상 불안함을 느꼈던 미래의 불확실함이, 이 문장을 만나고 조금은 당연하고 이상하지만 반갑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