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관찰력은 보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찰이라는 행위 안에는 사랑의 성분이 분명 들어 있습니다.
— 최혜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p.27
오래전 고래 산업의 중심이었던 낸터킷섬은 고래기름을 팔아 미국에서 부유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오래된 어부의 집처럼 그 과거의 영광과 역사가 아직도 섬 곳곳에서 흔적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고 4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수많은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내가 섬에서 관찰한 것들은 매우 다양했다. 섬의 해변부터 고래 모양의 나침반을 가진 지붕, 현관마다 붙어있는 집의 이름, 예쁘게 관리된 정원의 다양한 식물들까지 섬의 이모저모를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이 순간들의 기록은 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 내가 왜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는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오늘의 문장을 발견하고 사진, 그림, 글 등 어떤 형태로든 내가 시간을 들여 기록하는 것들에 나의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현관마다 붙어있는 집의 이름을 관찰하면서, 나는 그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이 뭘까 궁금해했고, 사랑하는 우리 집을 떠올렸고, 짝꿍과 우리 집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아쉽게도 아직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 대한 작은 힌트이기도 했다. 아, 관찰의 행위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의 시작이었구나! 그리고 궁금해졌다. 나를 둘러싼 작은 순간들을 관찰하며 사랑의 성분을 꾸준히 기록하면, 나 자신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