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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 Mar 01. 2019

수능은 쓰레기다

교육의 의미에 대해

    이제 대부분 대학교의 합격자 발표는 거의 끝나가고 정시 추가 합격이 시작되고 있을 것 같다. 요즘에는 수시에서도 수능최저학력 제한이 없는 전형들도 늘어나고, 정시보다는 수시자체가 늘어나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일부는 그것에 대해 반발하며 정시 중심의 입시제도로 다시 개편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 수시전형을 악용하는 걸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수능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게 매우 바람직하며 아직도 꽤 큰 영향력이 있는 수능의 영향력이 더 줄어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정시를 준비하느라 수능을 공부했었고, 재수를 했다. 그런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금 학교도 들어와 보니 굉장히 좋아서 별로 아쉽지는 않다. 아무튼 수능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글은 객관적으로 쓸 테니 참고해서 읽으면 좋다. 이 글의 내용은 수능 시험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정시라는 입시제도의 대한 비판에 더 가깝다. 정시를 대표하는 것이 수능이라 제목은 저렇게 지었다.


    수능은 무엇인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름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거의 모든 고등학생은 비중이 크든 작든 수능 시험을 어느정도 준비한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정시를 마음먹었다면 수능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능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점이다. 자 여기서 정시의 첫 번째 문제가 드러난다. 수능이 엄선된 교수님들을 데려다 비싼 돈을 주고 만드는 문제지만 사람이 만든 문제이고 완벽하지 않다. 매해 출제 오류가 나고, 평가원의 대처에 대한 불만도 많다. 예시로 논란이 많은 2019년도 국어 문제를 가져왔다. 이 문제는 2019년도 수능 국어 42번 문제다.

전체 지문은 너무 길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문제를 먼저 풀어보는 게 좋다.


가능세계는 다음의 네 가지 성질을 갖는다. 첫째는 가능세계의일관성이다. 가능세계는 명칭 그대로 가능한 세계이므로 어떤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것이 성립하는 가능세계는 없다. 둘째는가능세계의 포괄성이다. 이것은 어떤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성립하는 가능세계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가능세계의완결성이다. 어느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P이거나~P이다.”라는 배중률이 성립한다. 즉 P와 ~P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다. 넷째는 가능세계의 독립성이다. 한 가능세계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포함해야만 하며, 연속된 시간과 공간에 포함된 존재들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세계에만 속한다.한 가능세계 W1의 시간과 공간이, 다른 가능세계 W2의 시간과공간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W1과 W2는 서로 시간과 공간이전혀 다른 세계이다.


    여기서 논란이 된 선택지는 3번이다.  가능 세계의 완결성을 보면 "어느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P이거나~P이다.”라는 배중률이 성립한다." ~P가 P의 역이라는 걸 안다면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쉽게 말해 P가 참이라면 ~P는 거짓이고, P가 거짓이라면 ~P는 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P와 ~P 중에 하나는 참일 것이다. 이제 3번 선택지를 보자. 가능 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라는 내용이다. 근데 가능 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P나 ~P중 하나가 참이라는 건데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의 반대는 "모든 학생은(아무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이다. 에이 뭐야 그럼 틀렸네. 이게 이 문제를 맞춘 중위권 학생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더 열심히 한 학생은 생각한다. 가능 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P나 ~P는 참이군. 그러면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나 "아무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에 하나는 참이네? 어?? 아무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다가 참이면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도 참이잖아? 그러면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에 하나는 반드시 참이 맞네!! 속을 뻔 했네! 라고 생각한 이 똑똑한 학생은 이 문제를 틀렸다. 3번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답지었다. 커다란 논란이 됬고, 이의제기도 있었지만 평가원은 아무 해설 없이 "이상 없음"으로 답변했다. 자 슬슬 수능이 쓰레기라는 감이 오는가? 저 둘 중하나가 반드시 참이라는 건 그 누구를 데려와도 어쩔 수 없다. 참이다. 논리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이 문제는 평가원이 틀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상 없음"이다. 모 인강 강사의 해설에 따르면 저건 과도한 추론이라서 부적절 하다고 했다. 모든 A가 B면, 어떤 A가 B라는 이 당연한 생각이 과도한 추론이라니. 애초에 자기들이 뭔데 학생들의 논리적으로 정확히 올바른 추론에 한계를 짓는가? 이 문제는 오히려 상위권에서 틀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상위권일수록 수능은 한 문제 한 문제가 영향력이 커진다. 이 망할 평가원 문제 때문에 대학이 달라진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게다가 3번 선택지와 진짜 답 선택지를 번갈아 보면서 둘 다 맞는데 뭐가 답이지? 하고 시간을 써버리고 심리적 압박을 느끼면서 다른 문제까지 틀려버린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시에서는 수능은 굉장히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시에서는 한 문제 한 문제로 대학이 하나씩 바뀔 수 있다. 이건 특히 상위권으로 갈수록 심하다. 4등급이하라면 한 두 문제 더 틀려도 영향이 별로 없을 수 있지만 상위권에서는 치명적이다. 수능은 길어야 10시간도 안되는 시험하나로 대학에 가기 위해서 준비한 고등학교 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 오류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건 수능 시험이 특별히 다른 시험에 비교해서 문제의 질이 안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떤 시험을 가져와도 마찬가지다. 시험 한 번의 점수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수능은 평가방법으로서도 부적절하다. 다만 3등급 이상에 한해서이다. 3등급 미만의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수능이 큰 문제가 없다. 안정적인 3등급 이라는 수준은 교과과정의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과 내용은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정도면 3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1,2 등급의 학생들이 아무리 시험을 망쳐도 3등급 아래까지는 떨어지기 쉽지 않다. 문제는 3등급 이상 학생들의 평가다. 나는 내가 응시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봤다. 근데 1등급이나 그 이상을 받기 위한 공부는 더 이상 교과 과정을 공부하는 게 아니다. 물론 수능 문제는 교과과정 범위 내에서 나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과 과정 범위 내의 개념(만)을 사용"한 문제가 나온다. 만에 ()가 있는 것은 가끔 논란이 되기도 해서이다. 어쨋든 개념을 교과 과정 내의 것들을 사용하는 거지 1, 2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나는 지금 대학교 2학년을 마쳤는데 그 때 1등급을 받으려고 문제 풀었던 걸 생각해면 시간이 정말 아깝다. 차리리 그 시간동안 수시준비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진로와 관련된 활동이나 아니면 취미생활이라도 했다면 그게 훨씬 훠어얼씬 유익했을 텐데. 3등급을 받기 위한 공부는 의미가 있다. 몰랐던 것들을 더 알게 된다. 근데 그 이상은? 이미 내용은 다 아는거다. 근데 문제를 보면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 해설을 보면 어떤 이상한 프로세스로 배운 "개념"을 이용은 한다. 근데 그 이상한 프로세스는 교과서 어디도 없다. 3등급 이상에서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운과, 쓰레기 같은 문제 푸는 연습을 얼마나 더 했느냐이다. 

   자 수능의 이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에서 수학하기 위해서 그런 문제 풀 줄 아느냐는 아무 상관 없다. 쉽게 말하면 3등급 이상의 학생들에게 수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니다. 


   이제 여기까지 말하고 나면 수시에 대해 비판을 한다. 사실 수시가 방법론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더 적절하는 것은 대부분 동의를 한다. 상식적으로도 수능 한 번 보고 점수로 대학 결정나는 것보다 고등학교에서 그 동안 받은 성적들과, 활동,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보면서 평가하는 게 더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하에 좋다, 학생들이 낸 것들이 진짜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수시(학생부종합)에서 보통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공정성이다. 시험 점수로 쫙 나오는 정량평가가 아니라 면접이나 자소서 같이 단순히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로 평가를 하니까 당연히 정시보다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 그리고 생기부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잘 보여야 잘 써준다거나 아니면 권한을 가진 사람을 통해 조작을 한다거나 그런 문제가 있다. 또 자소서 같은 경우는 뭐 돈을 많이써서 전문 업체에 대리로 맡기면 잘 나오고 그런 것들 때문에 돈이 많은 게 유리하다 이런 주장도 있다.  그래서 수시는 공정하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먼저 수능의 공정성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 수능이 정말 공정한가? 아마 여기서 말하는 공정함은 노력, 실력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가일 것이다. 이걸 공정성의 기준으로 수능을 보면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나오는 게 맞다. 1~9등급까지 모두 봤을 때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나온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1,2등급의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운이다. 우선 시험 하나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 그 시험의 일정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이라는 점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 감기 등으로 안좋으면 당연히 시험을 잘 보기 어렵다. 그리고 각 과목마다 하위 단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잘하는 부분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는 문학, 비문학, 화법, 문법 등이 있는데 내가 문학을 잘하고 비문학을 못하는데 문학은 쉽고 비문학이 어렵게 나온다면 내가 잘하는 문학은 남들도 잘 풀고 내가 어려운 비문학은 더 못 풀어서 문학이나 비문학의 난이도가 비슷할 때보다 성적이 더 낮게 나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과목 단위로 가면 더 심각하다. 수능은 표준점수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표준편차를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점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점수 체계는 시험의 난이도가 어려워지면 최고점이 높아진다. 국영수가 원점수 만점은 모두 100점이지만 표준점수로 나오기 때문에 표준점수 만점은 모두 다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대부분 정시에서 평가는 이 표준점수를 고정된 비율로 반영하여 합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과라면 국어, 영어는 20%, 수학, 과학은 30%씩. 근데 내가 만약에 수학보다 과학을 잘한다. 그러면 수능에서 수학이 어렵게 나오면 수학의 표준점수가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수학을 잘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과학이 어렵게 나오면 과학을 잘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정시가 공정하다는 것은 비리가 생기기 어렵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러면 이제 수시에 제기된 공정성의 문제 중에서 비리의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면접 같은 거 있는데 아는 사람 뽑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일하는 사무장이 아빠라서 서류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자, 비리는 없어야하는 것이 맞다. 근데 학생들을 뽑는데 비리를 없애는 것만 중요한가? 비리는 문제가 있지만 그 규모가 상식적으로 그렇게 커질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엄마아빠가 높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양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수시라는 제도자체를 버리고 정시를 유지해야 할까? 잘 생각을 해보면 지금 수시제도는 기업에서 직원들을 채용하는 프로세스와 매우 비슷하다. 기업에서 채용하는 것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비리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기업에서 채용도 비리의 가능성이 있으니 모든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순위별로 매겨서 뽑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애초에 당신이 취업 희망자라면 취업을 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시 정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나 고시생들처럼 공부하고 싶나? 보통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고등학생은 그래야 되는가? 그저 지원하는 곳이 대학에서 기업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다를 뿐이다. 비리를 없애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정시 위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수능은 현재 3등급 수준이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로 절대평가로 바꾼다. 그것 보다 어려운 문제는 학생들의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그렇게 바꾼 수능은 정말로 학생들의 교과 지식을 평가하기에 적절할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되면 정시는 수능만으론 학생들을 변별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수시에서는 학생들의 3년간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가지고 평가한다. 생활기록부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위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면접을 제대로만 진행하면 자기소개서를 아주 허위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생활기록부의 조작이나 교사의 갑질 문제는 전문감사 기관을 만들어서 해결해야한다. 학교 내부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로 전문 기관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만약에 특정 대학이나 학과가 학생들에게 좀 더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을 요구한다면 대학 자체고사나 논술 전형 등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입시 제도가 바뀌게 된다면 수능 때문에 공부을 많이 시키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은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던 기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내신을 위해 평범한 학교에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교서열화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좋은 고등학교"의 패러다임이 단순히 공부 많이 시키고 어려운 문제 내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좋은 활동이나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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