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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 Jul 21. 2019

의미와 특별함의 일지

어린왕자를 읽고

    어린왕자를 읽었다. 물론 어릴 때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 때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되게 인상깊은 부분이 많았다. 내가 많은 책을 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 까지 읽어본 책들 중에서 특별함에 대해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참고로 특별함에 대해 가장 잘 느꼈던 시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었다.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소감과 함께 적어놓고자 한다.




그는 정말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금빛 머리칼을 바람 속에 흔들었다.
「내가 아는 별에 얼굴이 시뻘건 어른이 살고 있어요. 그는 꽃 한 송이 향기를 맡은 적도 없고, 별 하나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 한 사람 사랑해 본 적도 없어요. 덧셈밖에는 다른 일을 한 적이 없는 거야. 그러면서 하루 종일 아저씨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고요.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그러고는 으스댄다고요.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건 버섯이야!」
「뭐라고?」
「버섯이야!」

왜 하필 버섯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린 아이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읽으면서 크게 공감이 됐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주어진 일들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안타까운 것 같다. 그렇게 생기가 없는 삶에 대해서 어린 왕자는 아예 사람이 아니라고 표현한다. 버섯이야! 누군가는 나는 그저 해야할 일들을 열심히 해내고 있는데 그걸 왜 뭐라고 하냐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칠 지도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일을 잘하면 될까? 왜 그 일을 하는 지 알아야 그게 나의 삶을 사는 게 아닐까? 물론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단한 것이어도 좋다. 꽃 한 송이 향기를 맡고 싶어서, 별 하나를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좋다. 그걸 알고 살아가는 삶과 모른 채 살아가는 삶은 분명 다르다.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기만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이렇게 혼자 말하겠지.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에겐 모든 별들이 갑자기 꺼져 버리는 것 같을 거야! 그래도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비행기를 손보고 있던 아저씨의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에 어린 왕자는 이어서 얘기한다. 양이 꽃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아저씨는 어린 왕자를 감싸 안아 달랜다. 비행사 입장에서는 지금 비행기가 고장났고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리를 해야한다. 비행기 수리가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꽃과 양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어린 왕자에게 꽃은 특별하며, 왕자는 꽃을 사랑하고, 꽃은 그의 삶의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종종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잊어버린 채, 왜 그래야 하는 지 이유도 알 지 못하고 비행기만 내내 만지작 거리는 것 같다. 우리는 가끔이라도 우리의 꽃을 떠올리고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알 것 같아.」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어린 왕자는 길들인 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고, 여우는 그에 대해 설명한다.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낸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관계를 너무 가식적으로, 또는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어른들로부터 종종 얘기를 듣는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많이 알아두라고, 나중에는 그것들이 다 자산이라고. 그렇겠지. 동의한다. 그런데 그건 관계가 아니다. 다른 글에서도 의견을 비쳤었지만, 그건 그냥 이익 생산의 도구, 또는 상호이익을 위한 거래(비즈니스)일 뿐이다. 거기에는 마음도, 사랑도, 진정성도 필요 없고, 그저 서로의 숫자만 맞으면 되는 것이다. 근데 적어도 아직은, 나는 사람을 숫자로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또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은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다를 게 없게 군다. 진정으로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여우의 말처럼 우리는 그를 길들여야하고, 또 그에게 길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

길들여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우는 자신과 어린 왕자를 예시로 들어 알려준다. 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두고두고 담아두고 싶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너를 볼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그리고 여우는 말한다. 제발 나를 길들여달라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어린 왕자의 말에 이렇게 답한다.

나도 좀 배울 필요가 있다. 길들이는 법을 말이다.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여우의 말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참을성이 있어야 겠지.... 참을성이 있어야 해. 참을성이 있어야 해.


「의례가 뭐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굉장히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전에 (나에게 있어서 어떤 대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그것의 존재나 부재를 바라는 것으로 정의했었다.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 있어.」어린 왕자는 다시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멋 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만 남겨 놓고.) 내가 불평을 들어 주고, 허풍을 들어 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 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정원의 오천송이의 장미들에게 했던 말이다. 사실 어린 왕자에게 한 송이 장미가 소중한 것은 그게 유일한 종류였기 때문이 아니다. 직접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 관심을 주고, 사랑을 가지고 돌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의미와 특별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저씨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원 하나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고 있어⋯⋯.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찾지는 못해⋯⋯.」
「찾지 못하지.」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장미꽃 한 송이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물론이야.」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이 말은 우리모두 어린 왕자처럼 장미꽃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찾아서 말이다. 장미꽃 한 송이든, 물 한 모금이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와 특별함이 중요한 것이다.




나의 다른 글들을 읽어봤다면 그 안에서 의미와 특별함,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본 건 좋은 선택이었다. 현재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잘 드러나는 책이라 내가 좋아하는 책이 될 것 같다. 원래 책을 항상 대출해서 읽는데 어린왕자는 언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구매를 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길들이는 법을 배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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