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바다를 보러 갈 참이었습니다
파랗고 투명하게 빛나는 바다
해변의 물가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힘차고
떨어지는 별똥별, 그 곁에서 하늘을 누비는 새처럼 자유롭게
또 유람선을 타며 즐겁게 바다 위를 여행해보고
일렁이는 파도에 편히 몸을 맡겨보고도 싶었습니다
붉은 파도는 기꺼이 우릴 찾아왔습니다
끝도 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포탄과 총알에 우리는 힘없이 아스러지고
별똥별 대신 떨어진 미사일은 우리의 보금자리를 부수고
몰려오는 탱크와 장갑차는 우리의 목소리를 빼앗습니다
이젠 나도 붉은 파도에 몸을 던지러 가야겠습니다
가족들은 벌써 바닷가로 떠났거든요
붉은 파도가 지나가며 남긴 피바다 속으로
삶은 어째서 이렇게 쉽게 꺼져가나요
우린 왜 이 끝없는 낙망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할까요
고민할 시간이 없네요
이제 나도 시뻘건 파도에 몸을 맡깁니다
늦었다고 나무라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