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고 쓴 며칠의 영화 기록들 09
2020.02.24.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 <조조 래빗>(2019)에서 한 대목 메모.
로지: 인생은 선물이야. 우리는 마음껏 즐기고 축하해야 해.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춤을 춰야 된다고.
조조: 전 춤 안춰요. 춤은 일 없는 사람이나 추는 거라구요.
로지: 춤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추는거야. 아무데도 얽혀있지 않다는 의미지.
2020.02.25.
프립소셜클럽 새 모임을 준비하면서 호스트 소개에 이렇게 썼다. "북티크, 관객의 취향, 생산적 헛소리 등 여러 독립서점에서 영화를 주제로 모임과 클래스를 운영해왔다. 영화 매체 에디터, 영화 마케팅 에이전시를 거치며 극장 바깥에서 펼쳐지는 영화들을 꿈꾸고 탐구하며 타인과 나누는 중이다. 좋아하는 일의 고수 되기가 꿈이다."
2020.02.26.
외근으로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난 뒤의 동네카페. 밤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몸에는 카페인이 흐르고!)
2020.02.27.
[1인분 영화] 이메일 연재를 통해 쓰는 글과,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에 쓰는 글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확실한 차별점 내지는 구분 되는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밤.
2020.02.28.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를 다시 보며 끼적. 예를 들어 고물상 남자를 관객과 도준에게 처음 보여주는 방식과 종팔을 처음 보여주는 방식의 유사성은 어떤가. 불타는 집의 이미지와 두부 위에 얹힌 촛불의 이미지는 어떻고, 감독의 세계 속에서 내내 이어지는, 어긋남과 엇나감과 빗나감의 반복은 또 어떤가. 걸작일수록 직접 말하지 않고 '보여준'다. 좋은 영화는 다시 볼수록 그 각각의 감상 경험을 결코 같지 않은 고유한 것으로 안겨준다. 익숙한 관념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통념을 깨부수고, 방심하고 안주하지 못하게 관객을 이끈다. 하고 싶은 자기 이야기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과정에서 온전히 이야기를 본인의 것으로 장악한 자가 선사할 수 있는 고유하고 확실한 경지. 그게 영상 매체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고 나아가 시네마의 언어다. "그게 이 세상에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김영하, 『보다』에서)
2020.02.29.
전에 다녔던 회사들과 달리 이곳은 월말, 그것도 월 마지막 날이 월급날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월초에 받는 급여가 마치 느낌적으로는 그 달 치 업무에 대한 선불을 받는 것(돈 줬으니 일해!) 같은 기분(당연히 전월 근무에 대한 대가이지만)이 들었다면, 월말에 받는 급여는 정말로 그 달에 일한 것에 관해 보상 받는 기분이 든다. (이번 달도 수고했어!)
2020.03.0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로마로 가는 길>(2020)을 보면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말을 메모.
"어떤 순간을 계기로 새로운 문이 열리고, 또 열려서...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세부적인 것들까지 최대한 꺼내서 이 영화에 담으려고 했어요."
"리허설을 최소화했어요. 좋은 순간들을 아끼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