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이 아니어도, 그것도 꽤
나쁘지 않아.
보고 읽고 쓴 며칠의 영화 기록들 08
2020.02.17.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한 것이 몇 개월이 되어 가는 동안 사내에서 여러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했다. 입사 때부터 내 옆자리에 있었던 선배가 곧 퇴사를 한다. 의지가 많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배움이 많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둘 다 인 것 같은데, 좋은 사람과의 시간은 그것이 지났을 때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2020.02.18.
'영화 일'을 하다가 '영화 일이 아닌' 일을 얼마간 하면서 느낀 건 이것도 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PR과 마케팅이라는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산업군은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메디컬 에스테틱과 식음료 쪽인데, 이것 역시 생활과 맞닿아 있는 만큼 그 나름의 배움과 경험이 된다. 관건은 매 순간의 자극과 영감을 업무와 일상에 잘 적용하는 것이다.
2020.02.19.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2019)에는 말미에 이런 자막이 나온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왕립근위보병대 알프레드 H. 멘데스에게 감사하며'. '멘데스'라는 성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이 이야기는 샘 멘데스 감독이 조부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실화'가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것이 마음 깊이 와 닿았다고 해도 반드시 실제로 일어난 것일 필요는 없다. 가공된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그것을 체험할 수 있다.
2020.02.20.
어제는 아주아주아주 오랜만에 '이동진의 라이브톡'에 다녀왔다. 마지막 라이브톡이 무려 <그린 북>이었으니, 시기 자체만 보면 불과 1년 1개월 정도지만 내 기준에서는 오랜만인 것이었는데,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섰을 때 그 공기가, 영화의 이야기와 그 영화가 끝난 뒤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함께 채워져 있을 때는 평소의 공기와 조금 다른 것이 된다.
*<1917> 리뷰: (링크)
2020.02.21.
지난 겨울학기 때 진행하지 못했던, 신세계아카데미 글쓰기 클래스의 출강약정서를 다시 제출했다. 브런치로부터 시작된 계기. 감사하게도 봄학기에 다시 진행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인데, 요즘의 상황을 보니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초조하기도 하다.
2020.02.22.
돌고 도는 의미들 속에서도 버릴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돌고 돈다는 것' 자체다. <컨택트>(2016)를 극장에서 처음 만났던 때의 마음과 생각들을 어렴풋하게 떠올리며 그게 얼마나 특별하고 강력한 것이었나 생각한다. 당장 4년째 바뀌지 않는 내 바탕화면만 보더라도. (기기가 바뀌어도 그건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늘은 그래서 왓챠 앱에 들어가 <컨택트>의 별점을 4.5에서 5.0으로 조정했다. 당연히 숫자가 영화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건 내게 있어 그 영화에 관한 전부가 가늠할 수 있는 최대의 숫자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소중하다는 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 한 편으로 테드 창을 알았고 막스 리히터를 알았고 요한 요한슨을 알았으며 그밖의 수많은 앎과 느낌들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2020.02.23.
인천으로부터 열네 시간 떨어진 곳에서 홀로 보냈던 일주일 중 마지막 날, 수십 블록을 걷는 내내 '3년 안에 여기 다시 오자'고 생각했지만 그건 결국 실현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하고 싶은 것만 많았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잘 생각할 줄 몰랐다. 뉴욕의 기억이 서서히 옅어지고 희석되어 가는 것을 사진으로나마 붙잡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귀국하기 전날의 맨해튼에서 한참을 둘러보고 거닐었던 한 상점이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뉴욕이라니'라고 그날처럼 다시 말해볼 수 있을까, 너무 멀지는 않은 시일 내에. 잘 모르겠다. 하나의 시절이 지나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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