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지
"낭만적이라는 말을 왜 나쁜 말처럼 해?"라고 막을 열었던 영화는. 네 개의 계절을 지나 이 '꿈꾸는 바보들과 부서진 가슴들과 망가진 삶들'을 위한 이야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야기였나를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는 말에 이르러 진정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 말의 원문은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다. 기다리고 바라보기만 해야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경우도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야기는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구나. 다른 질감과 다른 비율로 찍힌 가상의 장면들. 어떤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서 그걸 바라는 것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게 삶을 조금도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경우엔 그것 자체가 해가 뜨는 다음 날을 생각하게 만들고 멈추었던 꿈을 꾸게 하며 잊었던 것을 떠올리게도 만든다고. 그렇게 노래해주는 장면들.
지나간 장르를 다시 꺼내 생명력을 부여하는 <라라랜드>(2016)의 이야기란 영화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고,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게 삶"(김연수, 『청춘의 문장들』)이라고. 3년 전 겨울 극장에서 만났던 영화를 3년 후 봄에 다시 만나면서, 지금 영화가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내가 그때와는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 혹은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 리알토 극장이 문을 닫고 '볼더시티여 안녕'이 막을 내리고 나서도.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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