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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11. 2016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것

설날 연휴를 갓 지나보낸 2월의 겨울날, 내 블로그를 종종 찾아온다던 그는 내 글을 보며 영화를 선물하는 순간을 꿈꾸다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조심스레 자신이 작성하고 있는 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한 번 살펴봐줄 수 있는지 청을 했다.


블로그의 이웃이나 방문자들을 일일이 챙기는 편도 아니고 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어쩐지 그 용기가 고마웠다. 내가 몇 년 동안 이 일을 한 베테랑도 아니거늘, 나 같은 사람을 믿고 자신의 사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수 있는 글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랬다. 그의 글을 보고 싶게 만드는, 어떤 흡인력 내지는 간절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메일로 파일을 받아서 보고는, 며칠 후에 내 느낌을 답장으로 전해줬다. 그러고는 몇 차례 덧글로 안부나 감사 인사 같은 것을 더 주고 받기는 하였으나, 곧 내 일에 치여 지속적으로 신경쓰지는 못했다.


새 영화를 준비하느라 한창 정신없는 일과를 보내고 있는 내게 며칠 전 다시 메일이 왔다. 내가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어 새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고마워서 밥이나 차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그를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니 자연히 그랬다. 신기하고도 궁금했다. 어떤 사람일까.


내가 얼마나 실질적인 보탬이 그에게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찾고 또 그 길을 가기 위해 무엇이라도 애를 쓰는 그의 간절함이 내가 주었을 그 무엇보다는 더 큰 동인이 되었을 거라는 것. 최대한 그가 첫 출근을 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길 들려주고 싶어서, 곧 연락처를 건네고 약속을 잡았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꽤나 값지고 기쁜 일이구나,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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