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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5. 2020

사랑을 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이원하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10월 6일 '문학살롱 초고'에서 열린 이원하 시인의 낭독회 행사에 다녀와서 썼던 기록이다.


이원하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 2020)의 해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 자, 그러니 시집 전체가 아니라 이 시만 읽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어떤 마음의 역사가 이 시를 쓰게 하였는지를. 이 웃음 뒤에 어떤 세월이 있으며, 이 아름다운 경어체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시집은 여기서 끝나고 그는 계속 가야 할 길이 있다. 자연에서 자유로 가는 길, 우리도 그 길 위에 있고, 시는 오로지 그 길 위에만 있다."(신형철, 156쪽)

긴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좋아하는 시인의 시와 산문을 시인의 목소리로 좋아하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언젠가부터 낭독회나 북토크 등의 행사를 찾기 시작한 건 작품만으로는 그것을 쓴 사람에 관해 다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섣부르다 믿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오늘 초고에서의 낭독회는 '짝사랑 상담소'라는 테마로 사연자들의 사연을 듣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인이 처방/소개한 시와 산문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야기들이 이야기와 만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니까, "나만 들리게 속으로 외쳤어요 만물이 솟아나는 곳의 반대편은 결실이라고"(「해의 동선」)라든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볼 수 있는 게/ 꽃과 해와 달입니다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같은 시어와 시구들만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그것을 쓴 사람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만난 덕에 시인과 시가 더 좋아지는 저녁.

시인은 "사랑을 하는 사람은 약자가 아니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시 속 여러 수많은 시어와 시구를 겹쳐 떠올리며, 거기 여러 번 끄덕였다. 이런 순간들은 "꽃을 들고 서 있지 않아도/ 내게 밑줄을 그어"(「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거 같죠」)준다. 오늘은 일부러 시집만 들고 갔다. 다음 기회가 생긴다면 산문집의 사인은 그때 받아야지. (2020.10.06.)


10월 6일, '문학살롱 초고'에서



영화 모임 - 씨네엔드 '월간영화인' 11월, 12월 모임 공지: (링크)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모임/클래스 공지 모음(노션):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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