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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6. 202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테넷'의 흥행에 관하여

남은 2020년의 극장은 어떤 모습일지

영화 '테넷' 스틸컷 - 촬영 현장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

*'DJ의 시네마 레터' 매거진은 지난주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재했습니다. 102번째 시네마 레터에서는 영화 <테넷>의 흥행 성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무탈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8월 26일 국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일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개봉 10주차인 지금도 주말 박스오피스 5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와 북미 모두 주말 박스오피스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요즘처럼 순위가 급변하는 시기에 눈여겨볼 만한 기록. 그만큼 신작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상영작들이 차트에 오래 머물렀다는 이야기.


영화 <테넷>은 2억 500만 달러 정도의 순 제작비로, 역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 말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손익분기점 역시 높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순 제작비 외에도 P&A 비용(마케팅 등 개봉 전반에 들어가는 비용)이 영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스튜디오에서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이상 대체로 순 제작비의 두 배 정도를 손익분기의 기준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글 작성 시점 기준, 영화 <테넷>은 북미와 국내를 포함한 월드와이드 극장 상영 수익 3억 5,08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198만 명 정도의 기록이다. <테넷>의 흥행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들을 먼저 살펴야겠다.



*영화 <테넷> 관련 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브런치북 <그것이 영화이고 난 뒤> 1화)

'나의 '테넷'과 루이스의 '헵타포드'를 겹쳐 생각하며



국내에서는 <덩케르크>(2017)와 <배트맨 비긴즈>(2005) 사이


당연히, 감독이나 배우, 소재 등의 인지도와 개봉 시기 경쟁작 동향 및 팬데믹과 같은 여러 이슈들에 따라 흥행 성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영화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흥행 성적을 단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다만 <다크 나이트>(2008)를 기점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담보하는 작품으로 손꼽혀 왔다.


(이하 KOBIS 공식 통계 기준)

<인터스텔라>(2014) - 1,027만 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 639만 명

<인셉션>(2010) - 592만 명

<다크 나이트>(2008) - 408만 명

<덩케르크>(2017) - 279만 명

<테넷>(2020) - 198만 명

<배트맨 비긴즈>(2005) - 92만 명

<프레스티지>(2006) - 64만 명

<인썸니아>(2002) - 19만 명

<메멘토>(2000) - 19만 명


영화 '테넷' 스틸컷


요컨대 2010년대에 접어들어 나타난 놀란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테넷>의 흥행은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나 2020년 개봉작 전체를 보면 <테넷>의 성적은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 명), <반도>(381만 명), <히트맨>(240만 명) 바로 다음인 전체 5위에 해당한다. 외화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 IMAX관 등 특별 상영이 장기간 지속되며 사실상 이를 대체할 만한 블록버스터급 외화가 부재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조금씩이나마 관객 추가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 남은 올해에 국내에서 <테넷>의 흥행 기록을 넘어설 만한 외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프리 가이>나 <원더 우먼 1984> 정도가 가능성 있지만 두 영화 모두 12월 개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코로나 19의 영향이 아니었어도 <테넷>은 더 흥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다수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덩케르크> 급의 흥행이 가능했을 것인데 200만 명대에 근접했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얼어붙은 극장가에서 선방한 것으로 봐야만 하겠다.



해외에서는 <800>과 <나쁜 녀석들: 포에버> 바로 다음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순위(BoxofficeMojo 기준)


해외로 눈을 돌리면 <테넷>의 성적은 달리 보인다. 사실상 중국 내수용 영화인 <800>과,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찾아오기 전 개봉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 바로 다음에 해당하는 전체 3위. 4위인 <수퍼 소닉>과 5위 <닥터 두리틀> 역시 북미에서 코로나 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에 개봉한 영화이므로, <테넷>은 사실상 '포스트 코로나' 영화 개봉작 중에서는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7위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8위 <온워드>, 9위 <인비저블 맨>, <10위 <콜 오브 더 와일드> 등이 2020년 현재 월드와이드 극장 성적 순위권에 들었다.




해외 중 북미로 범위를 한정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넷>의 북미 흥행 성적(현재 5,510만 달러)은 2020년 개봉작 중에서 8위에 해당한다. 상위권 1~7위 영화들은 <나쁜 녀석들: 포에버>, <수퍼 소닉>, <닥터 두리틀> 등 모두 북미에서 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인 1~3월 개봉작. 그러니까 2020년 4월 이후 개봉작들은 <테넷>의 성적을 넘지 못했다.


물론 <분노의 질주>나 <007>, <블랙 위도우> 등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모두 개봉을 아예 2021년으로 연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테넷>과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들이 하반기에 개봉했다는 가정을 하면 성적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결론 내릴 수 있는 건 <테넷>만큼 극장가의 분위기를 이끌어줄 만한 영화는 부재했다는 것이다.



영화 '테넷' 스틸컷


영화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인 <덩케르크>가 기록한 월드와이드 성적 5억 2,694만 달러, <인터스텔라>의 6억 9,626만 달러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3억 5천만 달러의 성적을 현재 전 세계에서 기록하고 있다. 극장 상영 성적만 놓고 보면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후 극장 외 2차 매체(VOD, 스트리밍, DVD/블루레이 등)를 통한 추가적인 수익을 감안하면 제작비 및 제반 비용을 회수할 수는 있을 걸로 보인다.


원래 <테넷>은 7월 중순 개봉 예정이었다. 다른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미루거나 아예 OTT행을 택할 때도 <테넷>은 거의 7월 초까지도 일정을 연기하지 않았다가 결국 8월로, 그리고 다시 9월(북미 기준)로 일정을 조정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극장 개봉을 고집했기 때문인 것도 있다. 특정 시즌에 개봉하는 대작 영화를 흔히 텐트폴 무비라고 부르는데, <테넷>은 2020년 하반기의 텐트폴 역할을 어느 정도 해냈다.


디즈니의 <프리 가이>는 현재 개봉 일정이 IMDB에서 아예 삭제되는 등 극장 개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 보이며, 워너의 <원더 우먼 1984> 역시 아직은 크리스마스 개봉(북미 기준)으로 일정은 잡혀 있지만 연기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규모를 감안하면 남은 2020년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는 사실상 둘밖에 남지 않았는데 둘 다 연내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을지 여부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은 상황.



덕분에(?) 국내 극장가는 한국 영화들이 차트를 주도하고 있다. 극장 분위기는 코로나 19와 같은 외부적인 상황에 영향받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지에 따라서도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팬데믹과 무관하게 '볼 영화가 없어서 극장에 안 간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이 이제 몇 주 남지 않았다. 8월 말 국내 개봉한 <테넷>은 여전히 IMAX 등 일부 극장에서 상영이 지속되고 있다. <테넷>의 흥행 성적을 살펴보면서, 올해 어떤 영화들이 있었고 남은 11월과 12월에는 또 어떤 모습의 극장을 만나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테넷' 국내 포스터

영화 모임 - 씨네엔드 '월간영화인' 11월, 12월 모임 공지: (링크)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모임/클래스 공지 모음(노션):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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