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주차 주말을 맞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지난주 대비 41% 정도 늘어난 주말 관객 수(38만 4,200여 명)를 나타내며 11월 1일(일) 자정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통계 기준 누적 관객 수 93만 1,7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2주차에 성적이 상승한 것은 경쟁작이 없었던 것과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6천원 할인을 진행한 것이 주 원인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10위권 영화들의 관객 수 합은 지난주 대비 약 10.6% 정도 늘어난 56만 4,366명을 나타냈다.
'일상 속 영화두기' 캠페인, 그리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특히 신작을 제외하고 주말 관객 수가 늘어난 기존 개봉작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10위권 내에서 유일했다. 그만큼 할인 쿠폰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봤다는 의미다. 순 제작비 79억 원 정도로 알려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극장 상영으로 손익분기를 넘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고 <도굴> 개봉 후 성적 추이가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100만 관객을 곧 넘어 140~160만 사이로는 관객 수 기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대한 관객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인 가운데 (네이버 네티즌 평점 8.51, 왓챠 평균 평점 3.7, CGV 골든에그 지수 96%, 11/2(월) 18시 기준) 왓챠 등 영화 평점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는 어김없이 영화의 소재를 둘러싸고 약간의 논쟁적 이야기들이 일부 코멘트에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인지, 여성 서사가 상업 영화에 얼마나 잘 묘사되었는지 등. 심지어 일부 코멘트는 모 평론가의 평점이 관객들의 눈치를 보거나 의식해서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등의 편협하고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코멘트의 대부분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어쨌든. 장르나 소재 등을 막론하고 우선 '여성영화'로 범주를 지칭해볼 수 있다면, 이런 작품들을 자국의 극장가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 범주의 기준을 나름대로 표현하자면 '주요 출연진이나 제작진 중 여성 영화인의 비중이 높은 영화'겠다.) 지난 몇 년간 눈에 띄었던 여성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간략히 훑어보려고 한다.
*아래의 관객평 지수(네이버, 왓챠, CGV)는 각각 네이버 네티즌 평점(10점 만점), 왓챠 평균 평점(5점 만점), CGV 골든에그 지수(100% 최고치)를 뜻한다. 수치는 글 작성 시점 기준이다.
정유미, 공유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순 제작비는 51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말레피센트 2>,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신의 한 수: 귀수편> 등의 국내외 경쟁작들이 개봉 전후 포진해 있었다.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누적 관객 역시 36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 1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원작 소설이 영화 제작 이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것 역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5월 개봉한 <걸캅스>는 당시 <어벤져스: 엔드게임>, <나의 특별한 형제>, <알라딘> 등의 국내외 경쟁작을 개봉 전후로 맞이했다. 2주 앞서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영향으로 1위 데뷔에는 실패했지만, 개봉 3주차까지 주말 박스오피스 3위권을 지키며 결국 누적 관객 수는 162만 명을 기록했다. 순 제작비는 5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극장 상영만으로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일절을 앞두고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등이 주연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순 제작비 10억 원 정도의 작은 규모에 비해 흥행에 크게 성공한 사례. 개봉 당시 <사바하>, <캡틴 마블>, <이스케이프 룸> 등의 경쟁작들이 있었다.
순 제작비 16억 원 정도로 알려진 영화 <미쓰백>은 개봉 후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이지원 감독), 여자 최우수연기상(한지민) 등을 수상했고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등에서도 같은 부문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해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관객 수 역시 제작비를 감안하면 흥행에 성공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개봉 당시 <암수살인>, <베놈>, <퍼스트맨> 등의 경쟁작이 있었다.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미씽: 사라진 여자>는 앞서 소개한 영화들과는 조금 결이 다를 수 있지만 여성감독, 여성 투톱 주연이라는 점 때문에 포함했다. 순 제작비는 5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제작비를 생각하면 극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던 경우. 개봉 당시 <형>, <판도라>, <라라랜드>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을 만났다.
영화 '벌새', '아워 바디', '결백'
최근에는 <벌새>, <아워 바디>, <결백> 등의 개봉작도 눈여겨볼 만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말모이>나 <가장 보통의 연애>, <생일> 등 여성 감독의 연출작으로도 기록해둘 만한 작품들이 있었다. 영화계에서도 미투 운동 등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특히 이런 흐름은 더 뚜렷해진 것 같다. 외화의 경우에도 <라라걸>이나 <미스비헤이비어>,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베이비티스>, <프록시마 프로젝트> 등 최근 수입 개봉작들 중 유사한 경향 아래에 놓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늘었다. 이들 작품들은 마케팅 포인트로 여성 감독-주연-제작(혹은 각본) 등 이른바 '트리플 F등급'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적,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이런 경향은 단지 정치적 올바름을 기계적으로 인식하고 트렌드를 좇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다양성 측면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같은 영화의 흥행은 특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영화 산업 전반이 위축된 지금에 와 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당연하게도,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 등은 관객 수 지표와 그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까 지금껏 열거한 영화들에 대한 각자의 감상 역시 영화에 대한 대중적 반응이나 언론, 평단의 평가와는 같지 않을 수밖에 없겠다. 최근 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는데, 곧 영화에 관해 리뷰로 소개해볼 것을 다짐하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