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캅스>(2019) 리뷰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영화 <걸캅스>가 개봉 6일 만인 5월 14일(화) 8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올랐다. 첫 주말 박스오피스(금~일)에서는 3주차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약 30만 명 차이로 밀렸으나, 평일부터는 급격히 차이를 좁히기 시작해 마침내 순위를 역전시킨 것. 금주 주말경에는 100만 관객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엔드게임'이야 2주차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기 시작했으니, 물론 '<걸캅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이겼다!' 따위의 이야길 할 생각은 없다. <걸캅스>를 아주 만족스럽게 관람한 편은 아니었으나, 영화를 보지도 않고 (그중 상당수는 애초에 이 영화의 관객일 마음도 없었을 것이고) '걸복동' 같은 해괴한 단어들로 일부 온라인상에서 <걸캅스>를 비아냥의 대상으로 만드는 광경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경력단절과 유리천장에 관해 언급한 지난 영화일기(5/13)에 이어 좀 더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걸캅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제나 필름마켓 등의 목적이 아닌 한 한국영화의 영어 제목에 딱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나, <걸캅스>를 보고 나서 자연히 제목을 다시 보게 됐다. 영어로는 'Girl Cops'가 아니라 'Miss & Mrs. Cops'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라는 직업 외에 '미영'(라미란)(Mrs.)과 '지혜'(이성경)(Miss)가 각각 놓여 있는 삶의 조건을 따른다.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에서 범인을 제압하고 오줌을 지리게 만든 뒤 다른 현장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는 강력반 형사 '미영'을 보며, 어린 '지혜'는 "여자도 형사가 있구나."라고 말한다. '미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었지만, 십수 년 후 현재로 오자 그는 강력반이 아니라 민원실에 근무하면서 권고사직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고투했으나 스스로의 뜻대로 커리어를 펼칠 수 없었던 결과다. 갓 막내를 벗어난 강력반 형사 '지혜'는 여성 대상의 추행 범죄자를 잡기 위한 위장 수사 현장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민원실로 좌천된다. 민원실에는 과거 '미영'처럼 '여성형사기동대'의 선배 기수로 활약했으나 결국 민원실장 자리로 밀려난 인물도 있다.
<걸캅스>에서 강력반과 민원실이라는 위치는 유머로서 혹은 인물의 행동에 어떤 동기 혹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그 자체로 여성 경찰의 커리어에 대한 화두를 제공하기 위해 쓰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통과나 여성청소년과 등 경찰서 내의 각 부서들을 아울러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를 더 중요하게 삼으며 '미영'과 '지혜'는 '형사가 아니라는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는 점에서 경찰관을 통칭하는 '캅스'라는 (후에 FBI, NYPD, CIA가 또 하나의 유머 장치처럼 언급되듯) 제목은 유의미하다. 이를테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의 제목이 전달하는 명료한 의미처럼, '걸캅스'가 영화명을 각인시키기 위한 축약형 제목이라면 '미스 & 미시즈 캅스'는 좀 더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반영한 작명이 된다.
민원실에 함께 근무하는 '장미'(최수영)와 민원실장을 중심으로 극 초반 민원실 내의 인물 관계도를 그려나가던 <걸캅스>에 전기를 마련하는 건 '서진'(박소은)의 등장이다. 한눈에 봐도 털어놓기 어려운 사연이 있음을 내비치며 조심스럽게 민원실로 들어온 '서진'은 '신고를 하러 왔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가 민원실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남성들을 보고는 겁에 질린 듯 도로 돌아선다. 아마도 '서진'은 경찰서에 와서도 이렇다 할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일까. 혹은 사건이 있던 날의 끔찍한 기억을 그들이 되살아나게 했기 때문일까.
경찰서 정문 앞에서 도로를 향하던 '서진'은 곧바로 트럭에 치이고, '미영'과 '지혜'는 대학 신입생인 '서진'의 동기로부터, 그리고 '서진'의 휴대전화로부터 그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걸캅스>는 다소 노골적으로 비칠 수 있을 만큼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를 확연히 나눈 채 강력반의 (남성) 형사들이 실적에만 골몰하고 사건 자체, 즉 누군가가 무고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뒷전인 모습을 승무원 복장을 한 '지혜'의 첫 등장 신에서부터 이미 보여준다. '서진'이 피해자가 된 불법 촬영 영상이 성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될 위기 역시 확인한 '미영'과 '지혜'는 사이버 전담 부서나 여성청소년과 등 경찰 내에 도움을 청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하나는 이미 산재해 있는 해당 부서의 사건들이 너무 많다는 것, 다른 하나는 불법 사이트가 1만 개도 넘어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는 것. 경찰서 내의 지원이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깨닫지만 '미영'과 '지혜'는 병실에 누워 있는 '서진'을 떠올리며 자신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다. 둘은 '서진'이 입었을 피해를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고, 나아가 수많은 다른 여성들이 유사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진'의 친구의 증언과 과거 '미영'이 잡았던 적 있는 전과자이자 '몰카꾼'으로 나오는 '상두'(안창환)를 통해 사건에 '해피 벌룬'으로 불리는 불법 제조 마약이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미영'과 '지혜'는 직접 이태원과 홍대를 오가며 현장을 포착하고 범인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인적 자원과 장비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던 둘은 타투 가게의 조직원들과 '우준'(위하준) 일당으로 인해 여러 차례 위기에 처한다. '서진'이 당했던 피해는 물론 생명의 위협에 준하는 피해까지 입을 뻔하지만 '미영'의 남편인 '지철'(윤상형)과, 뒤늦게 둘을 돕게 된 강력반 형사들과 경찰서 내 교통과 등 각 부서의 협조로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해결한다. 병실에 있는 '서진'이 눈물 흘리는 장면과 코엑스 내부에서 '우준'을 제압하는 모습에서 10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의 <걸캅스>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걸캅스>는 '미영'과 '지혜'가 함께 만드는 유머와 액션을 비롯해 여러 조연들의 활약에 힘입어 극장에서 무난하게 즐길 만한 오락 영화로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한다. 지금의 사회에 꼭 필요한 화두를 담고 있었음에도 그와 별개로 여러 아쉬운 구석은 있었다. 이를테면 '미영'과 '지혜'가 '지철'로 인해 가족(시누이-올케)으로 속해 있는 관계 설정은 대부분 유머로서의 기능 외에는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남편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으면서 경찰서 내 후배들의 인사를 받으며 민원실로 출근하는 '미영'의 모습에서 출산 및 육아와 살림의 고단함이 녹아나지만 '미영'의 아들 역시도 초반부 잠깐을 제외하면 '미영'이라는 캐릭터의 상황을 만들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다소 무모하고 안일하다고 할 만큼 두 사람을 끊임없이 위험한 현장 속으로 밀어 넣는데 정작 버디로서 두 주연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유머의 상황들과 현장에 뛰어들어 단서를 추적해내는 수사극으로서의 상황들 간의 전환 혹은 리듬감이 그다지 매끄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영화의 이야기를 주동하는 인물이 '미영'과 '지혜'임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 '서진'은 거의 두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소비적으로 활용된 인상을 준다.
몇 가지를 더 생각해보자면, 불법 마약 제조 및 불법 촬영의 현장에서 화제를 뚫고 간신히 탈출한 '지혜'가 강력반 형사들에게 직업적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해 일갈하는 대목 역시, (상영시간 상으로는 2/3 지점에 해당한다) '지혜'가 그 대목에서 전하는 말이 구구절절 옳음에도 불구하고 강력반의 단합을 다소 기계적으로 이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 신에서 어느새 곽 형사(한수현)와 오 형사(전석호) 등 이전까지 비협조적이던 인물들은 한순간에 자발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현장 팀에 합류 및 출동한다.) 게다가 영화 내내 책상에서 자는 모습만을 보여주던 강력 3팀 팀장(성동일, 특별출연)이 그 순간에 정확히 깨어나 업무 지시를 내리는 점 역시 편의적인 전개로 보인다. (팀장의 역할로서 그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영화의 서사로 볼 때의 핍진성은 부족하다는 의미)
'미영'의 인사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민원실장(염혜란)이 알고 보니 '미영'보다 여성형사기동대의 여덟 기수 정도 선배였다는 점 역시 '미영'과 민원실장의 처지에 있어서의 동질감과 연대감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한 영화적 장치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후 민원실장이 성산 경찰서의 교통과를 비롯해 타 관할서의 협조까지 이끌며 현장 팀을 지원하는 모습도, 피의자들을 잡는 과정에서는 필요하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현장에서 발로 뛰고 이리저리 얻어터지는 '미영'과 '지혜'보다 더 돌출되어 보인다. 말하자면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이 실제로 필요로 했을 때가 아니라 영화의 각본상 편의적으로 가능한 바로 그 시점에서야 등장하는 도움의 손길이라 해야 할까.
여담에 가깝지만 '장미'가 벌점 3점을 받았는 데도 불구하고 '미영'과 '지혜'를 직접 돕는 계기는 '지혜'가 '강력반 막내 형사(조병규)를 '장미'에게 연결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중에는 '국정원 출신'이라는 과거가 갑작스럽게 대사로 언급되고 이어서 '장미'는 현장의 '미영'과 '지혜'가 필요로 하는 여러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지만 영화적으로는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조연으로 대충 소비되는 인상을 준다. 캐릭터로서 별 다른 존재감을 남기지 못하는 건 '법 집행자를 수호'해야겠다며 어색하게 등장하는 '지철'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영화 속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들이 (작중 사건 해결에 미치는 보조적 영향 말고)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는 사실상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거의 무능하고 나태하게 그려진 점은 캐릭터 만들기의 실패나 한계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영화가 일부러 의도한 바로 다가온다. '미영'과 '지혜'가 여성임을 굳이 강조하거나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강력반 동료 (남) 형사들이 여성 혐오 범죄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지를 보여주기만 해도, 성별의 대비는 단지 주인공의 성별만 여성으로 설정했을 뿐인 게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이야기의 모든 것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령 '미영'이나 민원실장이 과거 형사 기동대로 활약했으나 지금은 한직인 민원실로 밀려나 있다는 점은 그들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인사 고과에서 특별히 밀리거나 중대한 징계를 받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캐릭터의 설정과 배경 자체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비롯하는 현실적인 면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걸캅스>는 단지 형사물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흔한 버디 코미디 & 오락 액션 영화일 뿐인 게 아니라 바로 여성 직업인이 주인공일 때에만 생겨날 수 있는 상황과 행동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위해 고민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대사 전체가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나 영화 <걸캅스>를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대사는 크게 두 군데에 있었다. 하나는 봉고차에서 내린 '미영'과 '지혜' 두 사람의 대화에서다. '미영'은 자신이 이 모든 일에 나선 이유로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범죄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일상이 망가지고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당함을 꼽는다. 그러니까 '서진'이 클럽에 갔기 때문에, 낯선 남자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 바로 그들을 약물로 꾀어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도구로 '소비'한 범죄자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작중 '서진'의 불법 촬영 영상이 유포되는 조건으로 언급된 '좋아요 3만 개'가 말해주듯, 실제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수많은 피해자들과 그들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설혹 성관계의 장면을 본인의 의지로 촬영했다고 한들 그것이 리벤지 포르노 등을 통한 유포의 근거가 되거나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내용이기 때문.) 노출되는 수많은 영상들을 실적과 안위만 생각해서는 '일망타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다른 하나는 앞서 잠시 언급했던 '지혜'의 말이다. 강력반 사무실 내 TV를 꺼뜨리고 난 '지혜'의 말은 대략 "당신들은 이러려고 경찰 된 것이냐"라는 요약이 가능할 말들이다. 범죄의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은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루와도 같은 것인데, 실적과 고과에만 신경 쓴다면 도대체 어떤 피해자들을 제대로 구제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공감은 능력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내 것이 좋기 때문에 남의 것이 나쁘다가 아니라, 내 것이 나에게 좋은 만큼 다른 것은 다른 사람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김대식,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서)이듯이, 다른 사람이 당한 피해나 그들의 아픔에 연민을 갖고 안타까워하는 것, 타인의 마음을 가볍게 대하지 않는 것 또한 배우지 않으면,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영화 속 '우준'과 그 일당이 오로지 자신들의 즐거움만을 생각했고 약물과 몰카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이 그 순간 어떤 감정과 공포심을 느낄지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생각하거나 그에 공감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미영'과 '지혜'가 '서진'의 사건을 해결한 후, 이들의 커리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혹은 병상의 '서진'이 이후 어떤 일상을 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피의자들이 어떤 처분과 심판을 받게 되었는지 등은 물론 <걸캅스>에서 다루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를 향한 문제의식을 담거나 고발적 메시지를 담는 영화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오락 영화이기 때문에 분량과 이야기 면에서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겠고, 혹은 작가적 입장에서 거기까지만 다루고 끝맺는 선택이 영화의 주인공을 향한 하나의 응원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걸캅스>는 시의적절한 소재와 이슈를 차용했을 뿐 형사 영화로서도 오락 액션 영화로서도 별 다른 특장점이 없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담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걸캅스>는 스스로의 화두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것에만 사로잡혀 있다기보다 존재 자체로 이야기 속에 녹여 의미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만듦새의 아쉬움을 곳곳에서 느꼈지만 상업 오락 영화로서의 무난함 속에 동시대에 유효하고도 필요한 이야기를 전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영화로서 전해져 온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현실성과 필요성에 있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그것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걸캅스>는 그런 작품의 하나로 다가왔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에 조금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관심을 갖고, 누군가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어제보다 오늘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 희망하면서. '책 한 줄 안 읽고 죄의식도 없이 살아 있음의 송구함도 없이'(신현림, '다리미는 키스 중' 부분) 사는 나쁜 사람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힘없는 여자들이 더는 울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구나'(신현림, '한국의 여자라서' 부분)라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미영'과 '지혜'는 범죄를 결코 '일망타진'하지는 못했다. 불과 작은 한 걸음을 딛었을 뿐이다. 작지만 꼭 필요했을, 어쩌면 모든 것이었을지도 모를 걸음을. (2019.05.15.)
<걸캅스>(2019), 정다원 감독
2019년 5월 9일 개봉, 107분, 15세 관람가.
출연: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최수영, 염혜란, 위하준, 주우재, 강홍석, 김도완, 한수현, 전석호, 조병규, 안창환, 이레, 박소은, 성동일, 하정우 등.
제작: 필름모멘텀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글의 말미에 짧게 가져온 신현림의 시는 시집 『반지하 앨리스』(민음사, 2017)에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