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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10. 2021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을 감상하기 전 생각할 것들

박훈정 감독의 새 영화

박훈정 감독의 연출작들을 돌이켜 보면 <신세계> 이후의 작품들이 흥행이나 평가 면에서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겠다. <대호>도 그렇고 <브이아이피>의 경우도 그랬다. 그러다가 <마녀>가 제작비 대비 괜찮은 흥행을 했고 작품에 대한 평가 역시 전작들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편이었던 게 아마도 그다음 작품인 <낙원의 밤>(2020)을 위한 동력이자 탄력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배우 이야기도 비중 있게 할 수 있겠다. 엄태구 배우의 경우 <차이나타운>이나 <밀정>, 전여빈 배우의 경우 <죄 많은 소녀> 이후 드라마 [빈센조]에서 활약 중이며 차승원 배우는 <하이힐>에서도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말하자면 선 굵고 색깔이 뚜렷한 누아르 장르의 연기에 최적화된 캐스팅이라고 <낙원의 밤>의 출연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듯.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경우도 그랬고 지난 몇 해 동안 유사한 장르 혹은 톤의 영화들을 다수 접해왔던 것은 <낙원의 밤>을 만나기 앞서 어느 정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또 범죄 영화냐”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하거나 짐작하는 바도 있을 것이며, 결국 관객들이 익히 알고 있거나 떠올릴 수 있는 도식적인 측면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기도 하다. 다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원의 밤>에 대한 해외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측면도 있다.

<낙원의 밤>의 줄거리는 어떤 면에 주목해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 ‘조직의 타깃이 된 남자’ ‘태구’의 삶을 중심으로 볼 수 있으며 혹은 전여빈이 연기한 캐릭터와 ‘태구’의 관계에 중점을 둘 수 있다. 해외 시놉시스 등 자료를 보면 태구가 그의 아픈 동생과 사촌을 위해 새 삶을 살고자 하지만 그들이 태구를 노리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태구는 동생과 사촌을 살해한 이들을 향해 복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것들은 특정 국가나 특정 영화제에서 주목하여 기술한 부분이기도 하겠으나, <낙원의 밤> 역시 관객 각자가 기대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만하다.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영화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제주도다. 왜 섬일까. 육지와 달리 공간적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건 물론이지만 육지로 갈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그렇고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변화무쌍한 날씨 역시 중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제주는 보기에 따라 아름다운 휴양지로 보일 수 있고 어둡고 궂은 폭풍의 땅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물론 육지라고 해서 날씨가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나, <낙원의 밤>에서 제주라는 공간은 ‘태구’가 처해 있는 말하자면 벼랑 끝의 상황,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를 대변하는 공간으로도 보인다. 로케이션에 주목해서 본다면 ‘제주’는 마치 영화 속 제3의 캐릭터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겠다.

누아르 장르는 얼핏 대중적이고 익숙한 면이 있는 동시에 남성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엄태구와 차승원의 연기가 짙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겠으나 <낙원의 밤>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점은 전여빈이 연기한 캐릭터가 이 서사에서 어떤 역할과 비중을 담당하느냐 하는 면에 있을 것이다. 유의미한 캐릭터로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인지, 혹은 또 하나의 소모적이고 도구적인 여성 캐릭터로 남을 것인지.


https://www.netflix.com/title/81342504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메인 포스터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https://youtu.be/IxlR57CNyUA

현대HCN 유튜브 ‘팝콘각’ <낙원의 밤> 편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모임/클래스 공지 모음(노션):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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