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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13. 2021

여름 시즌 한국영화의 흥행 비하인드

‘모가디슈’부터 ‘인질’, ‘싱크홀’까지

144번째 '월요 박스오피스 레터'입니다. 영화의 흥행 성적, 관객 수와 관련한 주제로 매주 이것저것을 씁니다. 가끔은 그냥 주말 박스오피스 요약을 하기도 합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이나 <신과함께-인과 연> 등의 경우처럼 일반적으로 그해 배급사의 가장 중요한 라인업은 방학과 휴가가 맞물리는 여름 혹은 겨울 성수기에 개봉하고 언젠가부터 이를 ‘텐트폴’ 작품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재작년 까지라면 각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 등)의 주요 경쟁작이 성수기에 맞붙는 박스오피스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게 일상이었겠지만 작년과 올해의 사정은 좀 달랐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130471


이야기는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모가디슈>로부터 시작해야겠다. 올여름 개봉작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약 250억 원이 들어간 작품으로, 개봉을 앞두고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며 우려가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켰다. 영화에 대한 좋은 반응 속에 흥행의 필수 요건인 중, 장년층 관객 끌어들이기에도 성공했으며 (조금 앞서 개봉한 <블랙 위도우>가 300만 관객을 결국 넘지 못한 건 이 요인이 크다) 지금도 오히려 후속으로 개봉한 <인질>을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역전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작년 상반기부터 경험해온 것처럼, 극장 방문을 기피하는 추세 속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다수의 국내외 대작들이 개봉을 연기했다. 둘은 자주 서로 맞물린다. 1) 볼 만한 신작이 없어 관객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 2) 극장에 관객이 없어 신작 영화가 개봉을 기피한다. 작년에 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가장 흥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그와 같은 성적을 기록한 건 개봉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일시적으로 호전되었기 때문이고,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자 극장 관객 수는 다시 급감했다.


https://brunch.co.kr/@cosmos-j/1327


올해는 달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재로 한국IPTV방송협회(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한국상영관협회(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가 한국영화 개봉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정리하자면 통상 극장과 배급사가 영화 입장권 가격을 부율에 따라 거의 절반씩 나누는데 주요 영화들의 제작비 대비 50퍼센트의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 측 매출을 모두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개봉을 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의 일부를 극장과 배급사가 분담하는 결과로 <모가디슈>를 비롯해 <인질>, <싱크홀>이 개봉을 연기하지 않고 극장에서 제 시기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줬다. (실제로 <모가디슈>는 7월 19일경에야 일정대로 개봉하기를 결정했다.)


(좌측부터) 영화 '모가디슈', '인질', '싱크홀' 포스터


<인질>과 <싱크홀>의 제작비는 각각 약 80억 원, 약 145억 원가량이다. 9월 12일(일) 자정 기준, <모가디슈><인질><싱크홀>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338만 1,973명, 152만 1,480명, 217만 0,641이다. 셋 중 <싱크홀>은 200만 관객을 넘어 실제로 적자를 보지 않게 되었고, <모가디슈>와 <인질>은 제작비 절반 보전을 감안해도 관객 수로 따지면 각각 약 12만 명, 약 28만 명 정도가 부족하다. 물론 이는 극장 수익 기준으로, IPTV/VOD 판매 및 해외 판권 등을 통한 추가 매출을 고려하면 세 영화 모두 손해를 보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CJ의 <방법: 재차의>가 불과 17만 명 정도의 관객 동원으로 크게 실패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배급사들의 여름 한국 영화들은 영진위와 극장 업계의 노력 덕분에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봐야겠다. 작년의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난 올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편의 텐트폴 영화들이 극장 활성화에 기여한 면은 분명 있을 것이다. 세 달 반 정도 남은 올해의 분위기는 앞으로 또 어떨지, 이후 개봉작들에 달려 있다.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강의/모임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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