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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0. 2022

가상 혹은 추상의 세계가 주는 확실한 즐거움들

다시 꺼낸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2020) 리뷰

같은 게임을   동안 해본 사람이라면  것이다. 그건 단지 실체 없는 공상이 아니라는 것을. 거기에는 노력과 정성만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담겨 있다.  시간은 무엇인가를 쟁취하거나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자체로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2005 여름 출시된 ‘던전  파이터라는 게임을 오랫동안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무렵부터 시작했고 대학 생활 후반 여러 대외활동을 시작하면서 ‘접었으니까 햇수로 7년이 넘는다. 내게 있어 가히 ‘세월이라 칭해볼 만한 일들.  순간들을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게임  배경음악과 같은 일부의 것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컴퓨터게임이라고  같은  아니다. ‘온라인게임으로 넘어오면 과거의 PC 패키지 게임과는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게임에 접속한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온라인게임들은 여러 사용자들 간의 교류가 있어야 제대로 유지된다. 게임 내에서 각종 거래나 친목 활동 등이 이루어지므로 온라인게임은 사실상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스틸컷


“1999년 출시된 넥슨 게임 일랜시아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운영진이 없어 각종 매크로와 핵이 난무하지만 아직 꽤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남겨져있다. 그들은 왜 일랜시아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내언니전지현과 나> 시놉시스 중에서, 제20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2020)는 국내에서 1세대 온라인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일랜시아’(1999)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감독의 기획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감독 역시 ‘일랜시아’를 16년째 플레이 해왔으므로, 정확히는 게임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으로부터 이 작품은 출발한다. “일랜시아 왜 하세요?” 얼마 남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등장하는 유저들은 저마다의 답을 한다. “그러게요…”,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보다 눈이 덜 아파서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노트북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일랜시아 뿐이에요.”


필연적으로 온라인게임은 유한성을 끌어안고 가는 콘텐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인기가 시들해지고 찾는 사람이 없어지면,  이상 게임을 유지할  없으므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유저들을 오래 게임에 남게 하기 위해 개발사 측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버그를 수정하며 유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패치를 한다. 그러나 10 동안 방치된 게임이라면. 서버가 닫히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게임에 계속해서 접속한다는  과연 무엇을 뜻할까. <내언니전지현과 > 연출한 박윤진 감독은 ‘일랜시아 함께한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기록을 시작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는 순간 게임 안의 모든 콘텐츠에 들인 유저의 노력이나 추억들도 함께 사라져버린다는 것. 그러나 “일랜시아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남은 유저들의 답에는 단지 과거를 향한 향수만이 있진 않았다고 한다.


운영자와 여타의 많은 유저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은 ‘일랜시아라는 세계에 스스로 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 각종 매크로나 버그 등이 난무하지만 직접 나서거나 목소리를 내기보다 ‘그냥 저냥체념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감독은 현실에서의 무기력에 적응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읽어 내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게임을 시작해 어느덧 20 후반이 되었을 감독은  다른 인터뷰에서 “그때  시절 행복했던 순간이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 이야기한다. 소위 ‘버려진 게임세계 안에 여전히 남아 자신의 기록을 지속하고 있는 감독의 발자취와 이야기 하나하나에 매료되었다. <내언니전지현과 >라는 영화의 존재를 뒤늦게  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놓쳐  작품을 보지 못했다.  영화를 직접 만나볼 기회가 생길  있을까.  흔적들을 계속해서 살피는 동안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영화에 이미 깊숙하게 매료되었다.  마음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느꼈다.


‘내언니전지현’은 감독의 게임 속 캐릭터 닉네임인데, 그 이름과 ‘나’는 동일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세계 속 자신과 세계 밖(현실)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별개인 것으로 구분 짓기도 한다.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그 ‘따로 또 같이’인 ‘나’들 사이에서 자신의 현재를 찾기 위한 진행형의 기록이겠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도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순수한 사랑 같은 것이 있다.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2020.06.10.)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포스터


*최근 '제2의나라'라는 게임을 틈틈이 하고 있다. 요즘의 '게임 생활'을 돌이키면서 2년 전 이때의 글을 떠올렸다.


'제2의나라' 게임 화면

https://brunch.co.kr/@cosmos-j/1151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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