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환상의 마로나’(2019) 리뷰
JTBC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2018)를 볼 당시 “웃어요, 행복한 것처럼.”이라는 말이 뇌리에 남았다. 안면인식 장애를 겪는 중인 '서도재'(이민기)가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배우 '한세계'(서현진)에게 해주었던 말. 행복을 가장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적어도 그 드라마는 “그럴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행복해지자’나 ‘행복하게 살아야지’ 같은 다짐이나 예견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다’라는 현재적 상태. <환상의 마로나>의 주인공 '마로나'는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이미 죽었다. 로드킬을 당해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어가며 떠돌며 살았던 '마로나'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다들 괜찮다면 내 생의 영화를 돌려보겠다”라며 <환상의 마로나>의 이야기는 ‘마로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선명하게 끝난 자리에서부터, 다시 처음의 기억을 향하여. 만약 ‘떠돌며 살다가 차에 치어 죽었다’라는 명제가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거기 ‘내 생의 영화가 있다’라고 하는 건 태어남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순간들에 그래도 행복한 일들도 있었다는 뜻이 아닐는지. 개의 시점을 상상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건 물론 애니메이션이어서 가능한 것이겠다. 다만 그 출발은 안카 다미안 감독 본인의 경험에서였다. 실제로 ‘마로나’라는 이름의 유기견을 임시 보호했던 일을 기반으로 감독의 아들인 앙헬 다미안이 시나리오를 썼다. (실제 '마로나'는 아직 생존해 있다고 한다.)
“여기는… 영점의 영점이다.
무가 되는 순간. 아스팔트 위의 얼룩. 이름도 없고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영화의 첫 내레이션
“행복은 숫자 9 같고 우유 맛이 난다.”
“뭘 가져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많은 걸 갖게 되자 다 망칠까 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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