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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19. 2016

난무하고 낭비되지 않는 뜻 있는 교감의 가능성

[내귀에 캔디](2016), tvN

메신저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오고 가는 대화들, 단순히 편의와 재미만을 위한 축약어의 남용과 국적 불명의 언어들 속에 피상적인 대화들이 가득한 시대다. 편지 한 통을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며 설레던 시절의 감성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된 것처럼 보인다. 불필요한 연예인 사생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영혼 없이 소비될 뿐이다.


tvN에서 새로 선보인 [내귀에 캔디]는 '폰중진담'을 컨셉으로 내걸고 출연자가 의문의 상대와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연자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궁금해 하며 단서를 찾기도 하지만, 많은 장면에서 그/그녀가 '누구'인지 자체보다는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발화의 구성에 있어서 [내귀에 캔디]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2013)의 그것을 일부 가져온다. 'OS1'이 이용자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형식에서 그러하고, '캔디'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출연자가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가 보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서는 감성적인 특성까지 상통한다. 타인의 것에 대해 별 다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 시대에 서로에 대해 선입견 없이 순수한 궁금증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굳이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니더라도) 최신의 디지털과의 만남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로 여겨진다.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들도 과도하거나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면하고 이야기해본 적 없는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진심 어린 궁금증 혹은 기분 좋은 설렘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있다.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교감하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 소통이 남용되는 요즘 낭비되지 않는 순수한 대화를 대중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다. 상기의 이유들로 TV를 '챙겨보지' 않던 내게 목요일 밤을 기다리게 할 만한 이유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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