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이 아니라) 한 캐릭터(들)를 가지고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결합하고 뒤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의) 최선의 각본 그리고 연출, 제작, 미술, 사운드트랙이 만나 <바비>(2023)는 그레타 거윅 영화 세계의 연장선으로도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제법 오랜 역사를 가진 '바비'가 가진 여러 내적/외적 특징들을 상업 영화로 잘 구현해 낸다. "현실 세계는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영감을 주는 존재를 그려내면서 그들이 상상 세계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어떻게 자리 잡아왔고 잡아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화두를 남기는 이 이야기가 올해 (지금까지) 북미 지역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건 그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바비' 스틸컷
"Humans Only Have One Ending. Ideas Live Forever." (Ruth Handler)
인생과 달리 생각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고, 불완전한 생각들은 또 다른 누군가들에 의해 재해석 되거나 교정되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그것이 바비든 켄이든 앨런이든,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그를 위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 존재해야 하겠다는 온당한 명제도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지는 않는 무언가일 수 있다는 것을 <바비>는 "바비 덕분에 페미니즘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같은 초반부 내레이터(헬렌 미렌)의 말로 시작해 그것이 바비 월드의 경우이지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더 힘주어 말한다.
그러한 이야기는 개인의 것이기도 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에게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바비'(마고 로비)는 '전형적인 바비'였지만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마침내 '평범한 바비'가 된다. 그건 자신이 정말 평범한 존재라고 여겨서라기보다, 누군가 규정한 의미 대신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고 개척해 나가는 <바비>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바비' 스틸컷
<바비>는 원작을 각색한 영화이거나 시리즈 영화, 속편을 염두한 영화 등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그 스스로 영화 바깥에 영향력을 미치기를 원하고 추구하며 그 목표에 성공하는 영화로 보인다. 형식과 메시지 자체가 더 두드러져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바비>가 의도한 바일 것이라고 헤어리게 된다. 켄 월드 속 바비들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가 중반 바비들에게 발화하는 말들처럼 <바비> 속수많은 요소들은 아주 직접적이고 친절하고 반복적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 자신의 몫이고, 영화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그걸 강요할 수 없는 일이겠다. 어떤 영화에 대해서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태도이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그 당연하고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이들도 제법 있다.
영화 '바비' 국내 포스터
"We Mothers Stand Still So Our Daughters Can Look Back To See How Far They Have Come." (Ruth Handler)
"I Want To Be A Part Of The People That Make Meaning, Not The Thing That Is Made."(Barbie)
"Note To The Filmmakers: Casting Margot Robbie Is The Wrong Person You Want To Make This Point." (Nar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