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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30. 2023

관계들 속에서도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것

영화 '싱글 인 서울'(2021) 리뷰

<싱글 인 서울>(2021)은 흔히 말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으로 시작해서 '싱글 인 더 시티'라는 기획으로 책을 만들게 된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를 주인공 삼아 현대인의 관계 이야기로 화두를 넓혀나간다. 102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이 말해주듯 직업 세계에 대한 세밀한 묘사나 주제를 향한 깊은 통찰을 담지는 않지만 그건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목표한 방향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1인 가구의 일상을 소재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를 담으면서도 <싱글 인 서울>은 관람 후 알맞은 여운과 미소를 지어지게 하는 대중적인 영화로 손색없어 보인다. 각자 삶의 방식을 지닌 여러 연령층과 상황의 인물을 오가며 혼자의 삶도 여러 관계들 속에서 가능하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충분히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다고 넉넉히 말해주는 이야기. 언제나 서투르고 모두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제보다 미화 혹은 편집되기도 할지 모르지만 고쳐 쓰고 다시 쓰면서 나는 매 순간 '나'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이기도 하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여기에도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삶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생각하지 않은 사이에 타인과의 영향과 교류 속에서 발견되거나 변화되기도 한다. 영호(이동욱)와 현진(임수정)을 비롯한 이들의 모습은 가령 다음과 같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같은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키지 않고 때로는 마음을 열어두는 것. 어느 순간 과거의 스스로가 지금과 제법 달랐음을 발견한다 해도 "많이 변했네" 하고 넘기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책은 혼자 만들 수 없더라"라며 외부의 개입을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것. 이제는 어디에나 있는 사랑 이야기 같은 건 굳이 찾아서 볼 필요 있느냐고 누군가는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들도 누군가에게는 능히 책이 될 만큼 평범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하나의 에세이로 다가온다. 어떤 이는 "혼자여서 좋다"라고 썼던 문장을 "혼자서도 괜찮다"라고 조금 고치기도 한다.



영화 '싱글 인 서울' 포스터

https://brunch.co.kr/@cosmos-j/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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