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Oct 15. 2024

나, 10년 차 브런치 작가

사실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2015년 9월 4일 브런치(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을 받아 2024년 현재 햇수로는 10년째 브런치에 글을 쓴다. 여전히 영화에 대한 기록을 쓰고 있지만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영화업계와 좀 더 가까웠다. 극장 개봉 영화의 홍보와 마케팅에 종사했고, 별다른 의심 없이 평생을 영화와 관련한 직종에 종사하리라 믿었던 시기도 있다. 현재는 영화와 별반 관련 없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기록은 브런치북 [영화가 끝나고 쓰는 N잡러 일기]를 통해 다룬 적 있다.


이렇게 쓰면 과연 누가 얼마나 읽을까? 이건 모든 쓰는 이들이 한 번쯤은 하는 생각일 텐데 좀 더 쓰는 입장에서 풀면 이런 이야기도 된다. 일정한 노력을 기울여 생각이나 감정을 글의 형태로 남기는 일이 과연 쓸모가 있나? 각종 커뮤니티 댓글 등을 보면 숙고와 숙론보다는 즉각적인 리액션 내지 표출로 넘쳐난다. 어떤 사람의 직업적 노고가 담긴 글이나 영상으로 된 결과물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고 존중을 결여한 채 막말을 의견으로 포장한다. 오로지 자기 취향만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더군다나 읽는 노력이 필요한 글의 형태로 실어 나르는 일은 들이는 시간에 대비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얼마 전에 다녀온 성수동에서의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다시 말해, 이미 작가인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다. 그들은 자기만을 위한 아니라 타인과 무엇인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쓴다. 글의 형태로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고요히 일어나는 대화.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든, 혹은 스스로를 브랜딩 하기 위해서든 간에 그 넘쳐나는 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금도 생겨나는 중이다.


나름대로 기록을 계속해온 입장에서 '작가'가 된다는 게 생각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다지 기대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 해두면 어떨까 싶다. 선배 브런치 작가 노릇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지만,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어'를 무작정 환상의 형태를 하고 심어주는 일은 경계해야겠다고 여기게 된 것. 한편으로는 거기에 그간 일련의 현상을 관찰하면서 느껴온 것들도 덧붙이고 싶다. 아마도 글쓰기가 삶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말이다. 무작정 글 잘 쓰는 방법, 글을 팔리게 하는 방법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도대체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고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먼저 풀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 대화는 근사하지 않다. 타인과의 대화는커녕 글을 쓴 직후의 나와 얼마 뒤 그 글에 대해 이불킥 하는 나 사이의 대화만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가 쓰는 글은 그다지 많이 소비된다고 하기 어려운 '영화리뷰'가 주 분야라서. 세상에는 나보다 더 대단한 작가들이 많다. 그렇지만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앞으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누군가에게, 혹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니고 단지 지금까지와 아주 약간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생의 한 페이지일 뿐이라고 쓰며 말을 건다.


"당신을 무엇을 위해서 쓰나요?"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
성수동 토로토로스튜디오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