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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2. 2016

다큐멘터리 영화에서의 사실인 것과 사실적인 것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진모영

누적 4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다양성 영화 흥행의 새 기록을 열었던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를 다시 본다. (본래 제목은 <공무도하>가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을 가미하지 않고 그대로 담은 매체다. 그러니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는 할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와 할머니 역을 맡은배우가 시나리오에 따라 언행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활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아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 작품을 보며 "저건 노부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프레임에 인위적으로 담은 허구이며 조작된 감정이다"라고 생각하는 이는 적을 것이다. 사람의 보편적인 정서를 가지고, 70년이 넘는 세월을 부부로 지낸 두 사람을 보며 때로는 소년 같은 할아버지의 장난에 웃음 짓고, 때로는 부모를 사이에 두고 그간의 서운함에 말다툼을 벌이는 자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파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작품에 대해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감정의 결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 해도, 다큐멘터리 역시 넓게 보면 영화의 한 장르다. 한편으로는 관객이 직접 노부부의 집에 불쑥 찾아가 두 사람을 관찰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저 분들이 카메라가 없이도 저렇게 사실까' 하는 생각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마침 영화 개봉 당시 있었던 특별 기자간담회(2014년 12월 18일, CGV 압구정)에서 진모영 감독은 연출된 부분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지금 와서 죄송스럽지만 [인간극장](KBS)을 보고, 진짜로 저렇게 사실까 검증해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댁에 예고 없이 불쑥 찾아가기도 하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 적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두 분과 함께 하면서 지켜보니, 시장에 가시거나 할 때 실제로 커플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평소에 장난기도 많으셨다. 할머니의 유일한 불만이 할아버지께서 장난기가 많은 것이라고 하신 적이 있을 정도다. 영화에서처럼 두 분은 정말로 그렇게 사랑하며 사셨다."
(관련기사 링크)



감독은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들과 나누기 더 수월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이것이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의 기술적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 잠시 기술로서의 영화와 예술로서의 영화를 구분해 생각해본다. 만일 <님아->와 정확히 똑같은 이야기를 각본화 하여 배우들에게 연기를 시켰다면, 그리고 (좀 더 무리수를 둔다면) 관객에게 최대한의 체감도와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 3D 혹은 4D 등 갖가지 최신의 상영 기술을 동원해 관객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하자. 게다가 (마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애프터 어스>(2013)에서 윌 스미스가 영상통화를 하며 단말기 너머의 딸 앞에 있는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직접 입으로 불어서 끄듯) 현장의 숨소리와 향기 같은 것들까지 전달하는 것이 현실로 가능하다면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은 어떻게 느낄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영화의 기술을 언급하는 것이 무슨 조화일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애초 영화는 카메라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는 기술과 그것을 영상으로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매체다. 그러니까 장르 구분을 떠나 모든 영화는 예술로 보더라도 결국 기술에 기반한 예술이 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걸음과 무관하게 영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의 하나다. 대중들이 일상에서 궁금히 여겼을 질문들 중 하나에 관하여 답을 제시하거나, 그들이 살면서 겪어왔을 이야기와 맞닿은 생각을 제공하며 관객에게 간접적인 말을 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2009)를 연출하며 관객들이 너무 과도한 입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컷을 다른 영화보다 많이 나눴다.


<아바타>(2009), 제임스 카메론

테마파크에서 체험하는 입체 영상과 극장에서 보는 3D 영화의 차이는 결국 이야기다. 실제 사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도 분명히 연출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게 개입된다. 아무런 디렉팅 없이 카메라만 설치한 채 연출의 개입이 가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당사자가 카메라를 의식해 실제와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것 역시 사실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우리가 경험하거나 상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담는다 해도 "우주에 가면 진짜 저래?"라 느끼기보다 "그럴 수 있겠다"며 인물의 희비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공감의 힘에 따른 것이다. 영화에서 종종 다큐멘터리는 특수하게 바라봐야 할 갈래처럼 여겨지지만 <님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사실인 것'과 '사실적인 것'은 같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에 돌고 돌아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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