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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7. 2016

과연 인류는 공생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주전쟁>부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까지

<우주전쟁>(2005), 스티븐 스필버그


1. 평화롭던 지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종족이 침공해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한다. 지역 방위군(주로 미군)이 급파되지만 인간이 만든 총탄은 그들의 방어막을 뚫기에 턱없이 약하고, 결국 사태는 전 지구적인 비상사태로 비화된다.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대책을 논하지만 딱히 핵무기를 날리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혹은 모여서 대책 따위 논하지 않고 각자 개인플레이를 하다 속속 무너진다.) 한편 아내와 이혼한 평범한 남자는 아내의 출장으로 대신 딸을 돌보러 갔다가 눈앞에서 외계인들의 공격을 목격하고, 딸을 지키기 위한 전투력과 생존본능이 발동한다.


<엑스맨 2>(2003), 브라이언 싱어


2.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게 자라난 소수자들이 있다. 이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돌연변이 취급을 받고, 소수라는 이유로 멸시받는다. 그 가운데 돌연변이들을 하나로 규합한 선지자들이 있었으니, 그들 가운데서도 지구 상의 인류가 하나로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 세력이 있으며, 자신들이 호모 사피엔스 다음의 인류가 되어야 한다 여기는 세력이 있다. 그 와중에 인류는 이 돌연변이들을 '치료'하겠다며 사실상 그들을 없애려 하고, 두 돌연변이 세력 간의 대결은 전 인류의 번영이 걸린 첨예한 관심사가 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3. 생명공학 기업에서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효과를 보이는듯하고, 한 연구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치료하고자 무단으로 샘플을 반출한다. 일시적인 효과를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인간에게는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변종 바이러스가 된다. 한편 연구 과정에서 사고로 인해 그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또 다른 연구원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만다. 세차게 기침을 해대는 것은 물론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조 루소&안소니 루소

결국 외계에서 온 존재든 다른 능력을 가진 종이든, 아니면 과학기술의 탐욕에 의한 사고 든 모든 건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며 생존의 관건은 두 진영의 충돌과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느냐다. 한 세력이 사라져버리든, 아니면 대화를 통해 화합의 길을 모색하든 말이다.


1: 대체로 영화에서 외계 종족의 침략은 비상한 두뇌와 생존 본능(혹은 힘)을 가진 누군가의 활약에 힘입어 통쾌하게 격퇴하든지, 아니면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는데 인류가 살 수 없는 폐허가 되든지 둘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 현재 진행형이다. 조금만 읽으면 위 이야기가 <엑스맨> 시리즈를 뼈대로 쓴 내용이라는 것을 알 테지만 영화와 원작 모두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오늘날 '지구촌'이라 부르는 이 세상에도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인 게 종교 문제다.


3: 지금도 유사한, 혹은 마이너 한 이슈라도 존재하는지 일일이 알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분명 나타날 문제다.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의 인류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난치병 등), 발전하려고 하니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발전을 위한 좋은 것일 수도 있고 과욕을 부르는 비극의 씨앗일 수 있지만, 후세에 밝혀질 것이다.


<배틀쉽>(2012), 피터 버그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몇 가지 생각으로 연결된다. 하나, 그만큼 영화는 그저 대부분의 경우 오락의 수단일 뿐 뭔가 메시지와 깨달음을 파급하는 콘텐츠는 아니라는 것. 둘, 조금씩 있어왔을지 모르는 자정의 노력도 그 이상의 위기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 셋, 인류는 역사 이래 언제나 갈등과 분쟁이 일종의 (나쁜 의미로) 본성처럼 자리 잡았다는 것. 정답은 어느 것일까. 세상에 법정 스님 같은 분들로 가득하다면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은 그 자체로 상상력을 실사로 구현한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내재된 공포의 발현으로 파악해도 그다지 무리가 없다. 트라이포드보다는 '공포' 그 자체가 주인공에 가까웠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2005)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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