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스토리>(2017), 데이빗 로워리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 [유령의 집]의 첫 문장인 "잠에서 깨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를 인용하며 시작하는 <고스트 스토리>를 보고 나니, 실은 이 구절을 더 중히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우리 사이에 개입했다. 백 년 전, 먼저 여자에게 찾아와 모든 창문을 닫고 집을 떠나 버렸다. 모든 방이 캄캄해졌다. 남자는 집을 나와 여자와의 삶을 버리고 동쪽으로 갔다, 북쪽으로 갔다, 남쪽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집을 찾아 떠돌다 다운스 기슭에 숨어 있는 집을 발견했다.
"남아 있다. 남아 있어."
집의 맥박이 기쁘게 뛰었다.」
(버지니아 울프, [유령의 집] 중에서)
기본적인 배경만으로는 언뜻 <사랑과 영혼>(1990)을 연상케 하는 <고스트 스토리>는 멜로라기보다 사실상 '죽음' 자체를 주인공으로 '그'가 머무는 공간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에 가깝다. 이 정적이고 고요한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죽음이 오래전에 지어놓은 집에 잠시 다녀온 것 같은 몽롱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날 기억해줄까'라는 질문에 대한 우회적 답일 지도, 혹은 '삶은 언제나 죽음 근처에 있어'라는 시간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원제에 'The'가 아닌 'A' 가 붙은 것이 하나의 답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하나의 좋은 시도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물론 표면적으로는 'M'(루니 마라)과 'C'(케이시 애플렉) 커플이 주요 등장 인물이며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상 영화의 대부분 장면을 'C'의 '고스트'가 머무는 곳들과 그의 시선에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니까, 상기에 적은 '내가 죽으면, 누가 날 기억해줄까'라는 질문은 순전히 'C'라는 인물의 입장에서의 그것인 것이며, <고스트 스토리>의 질문은 인물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고스트'로 구체화 된) 관념 자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해보고자 한다.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2017), 데이빗 로워리
2017년 12월 28일 (국내) 개봉, 92분, 12세 관람가.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등.
수입: (주)더쿱
배급: (주)리틀빅픽처스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작
*이 글은 '죽음'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공간의 여정(2)에서 이어집니다.
'죽음'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공간의 여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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