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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10. 2018

극장에도 완연한 겨울이 왔어요

2018년 12월 2주 박스오피스 외

지난 주부터 시작한 'DJ의 시네마 레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업로드 합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카페나 극장 같은 실내에 오래 머물기 딱 좋은 시기네요. 그동안 개봉한 신작들의 리뷰를 전하려 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극장에 잘 걸음하지 못한 덕에, 리뷰 대신 박스오피스 소식 먼저 전합니다.


2018년 12월 두 번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입니다.

(12월 7일(금) ~ 12월 9일(일))



1위: <국가부도의 날>


*순위 변동: - (2주 연속 1위)

*주말 관객 수: 63만 1,243명

*누적 관객 수: 272만 3,965명

*스크린 수: 982개

*좌석 판매율: 27.16%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1월 28일

*개봉 주차: 2주

-

*주말 매출액: 55억 8,886

*누적 매출액: 224억 76만

*배급: CJ엔터테인먼트

*현재 예매율: 10.4% (3위)



누적 300만을 향해 순항 중인 <국가부도의 날>이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주말 1위를 지켰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여전히 강력했던 데다 <도어락>이 만만치 않았던 덕에 평일에는 <도어락>에 잠시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주말 들어 다시 가족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않았나 싶네요. 누적 관객으로는 금주 중 무난하게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금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얼마나 강한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국가부도의 날>의 1위 방어 여부가 판가름날 듯합니다.




2위: <보헤미안 랩소디>


*순위 변동: - (2주 연속 2위)

*주말 관객 수: 59만 7,270명

*누적 관객 수: 706만 145

*스크린 수: 965개

*좌석 판매율: 32.68%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0월 31일

*개봉 주차: 6주

-

*주말 매출액: 54827만

*누적 매출액: 614억 5,270

*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현재 예매율: 19.2% (2위)



지난주 소식을 전하면서 700만 관객 돌파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했던 게 무색하게, <보헤미안 랩소디>는 주말 동안 간단히 그걸 해냈습니다. 사실 한 주 동안 내내 예매율 1위를 지켰고, 이 정도로 개봉 시기가 지난 영화가 이 정도의 파급력을 지녔던 적이 또 얼마나 있었나 싶을 만큼 <보헤미안 랩소디>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제야 <스윙키즈>에 밀려 실시간 예매율은 1위를 내줬지만, <국가부도의 날>과 함께 신작들을 굳건히 방어해냈습니다. 싱어롱과 스크린X 등의 포맷을 통해 극장에서 재관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고, 실제로 영진위 통계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누적 관객 중 약 59만 명은 스크린X 관람객이라고 합니다. 그간 일부 영화를 제외하면 특별관은 마니아 관객을 위한 것처럼 생각했는데 이번 사례는 그걸 충분히 대중화 해낸 케이스로도 기억에 남겠습니다. 이번주에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주말 3위권 이내에는 머물 것 같네요.




3위: <도어락>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57만 2,089명

*누적 관객 수: 82만 7,579명

*스크린 수: 954개

*좌석 판매율: 27.05%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2월 5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49억 3,853만

*누적 매출액: 69억 1,175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현재 예매율: 6.2% (5위)



새로 개봉한 <도어락>이 주말 3위로 지입했습니다. 수요일에 개봉해 금요일까지 1위를 지키더니 결국 주말에는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에 1, 2위를 내주었지만 금주 개봉한 신작들 중에선 <도어락>이 가장 강력한 작품이었다고 해야겠네요. 금주 중 100만 관객 돌파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고, 예매율이 많이 떨어진 터라 금주 중 순위가 다소 하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막강하지는 않을지라도 이런 현실적인 소재의 스릴러가 꾸준히 선보이고 있네요.




4위: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19만 3,032명

*누적 관객 수: 22만 9,943명

*스크린 수: 294개

*좌석 판매율: 31.51%

-

*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6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16억 5,227만

*누적 매출액: 19억 4,135

*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현재 예매율: 3.8% (7위)



새로 개봉해 CGV에서만 상영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 4위에 자리했습니다. 적은 스크린 수였지만 괜찮은 좌석 판매율을 보였고 다소 관객층이 명확해 보이는 작품이라 이 정도면 애매하긴 하지만 아주 처참한 성적은 아니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순위에 비해 상위 작품과 관객 수 차이가 다소 많이 나기는 합니다만. 누적 40만 명 후반대까지는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의 어린 딸 '머피'로 출연했던 매켄지 포이의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그게 불과 4년 전이네요.




5위: <모털 엔진>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13만 937명

*누적 관객 수: 20만 3,378명

*스크린 수: 622개

*좌석 판매율: 16.08%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2월 5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121,456만

*누적 매출액: 18억 2,279

*배급: 유니버설픽처스인터내셔널코리아

*현재 예매율: 2.3% (9위)



5위에 자리한 <모털 엔진>은 신규 개봉했으나 거의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할 만큼 처참합니다. 결정적으로 눈에 띌 만한 출연진이 없었고 그나마 <반지의 제왕><호빗>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것을 내세워야만 했는데, 굳건한 기존 상영작들과 <도어락> 등에 밀려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맥스 등 특별관을 포함해 적지 않은 스크린을 가져갔음에도, 좌석 판매율에서 다른 상영작들과 확연한 차이가 나네요. 해외 반응도 썩 좋지 못한 상태인데, 국내에서의 흥행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다른 국가들에서 얼마나 흥행해 주느냐에 따라 1억 달러에 이르는 제작비 회수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을듯 합니다.




6위: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11만 538명

*누적 관객 수: 12만 2,875명

*스크린 수: 511개

*좌석 판매율: 48.45%

-

*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5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85,268만

*누적 매출액: 9억 4,015

*배급: (주)NEW

*현재 예매율: 0.5% (17위)



새로 개봉한 아동용 애니메이션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이 6위에 올랐습니다. 관객 수 자체는 적어보이지만 거의 50%에 이르는 엄청난 좌석 판매율을 보였으며 보잘 것 없었던 평일 성적에 비해 주말에 그 위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규모의 애니들 중 좋은 성적을 기록한 작품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이 어느 정도 그걸 만회해준 듯 하네요. 같이 개봉한 <번개맨의 비밀>마저 따돌렸습니다. 누적 20만 관객까지는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7위: <완벽한 타인>


*순위 변동: 2계단 하락

*주말 관객 수: 3만 7,102명

*누적 관객 수: 522만 2,319명

*스크린 수: 283개

*좌석 판매율: 23.52%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0월 31일

*개봉 주차: 6주

-

*주말 매출액: 3억 1,083

*누적 매출액: 437억 8,5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현재 예매율: 0.9% (14위)



개봉 6주차가 지나면서도 차트에 머무르고 있는 <완벽한 타인>이 전주 대비 2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주말 7위에 올랐습니다. 관객들의 관심이 거의 완전히 다른 작품들로 이동한 상태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극장에서 찾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네요. 실시간 예매율 역시 전체 14위에 올라 있고, 이번 주 중에도 비슷한 규모의 스크린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이런 종류의 한국 영화가 기록할 수 있는 최대치의 성적을 기록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8위: <성난 황소>


*순위 변동: 5계단 하락

*주말 관객 수: 3만 6,035명

*누적 관객 수: 156만 7,181명

*스크린 수: 351개

*좌석 판매율: 19.85%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1월 22일

*개봉 주차: 3주

-

*주말 매출액: 28,559만

*누적 매출액: 130억 4,608

*배급: (주)쇼박스

*현재 예매율: 0.3% (27위)



지난주 3위였던 <성난 황소>가 5계단 하락해 이번 주말에는 8위로 내려왔습니다. 한 주 동안 불과 1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고, 스크린 수 역시 대폭 줄어들었으니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습니다. 다음 주말이면 10위권을 빠져나갈 듯하네요. 그래도 현재 156만 관객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9위: <번개맨의 비밀>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3만 1,456명

*누적 관객 수: 3만 5,258명

*스크린 수: 309개

*좌석 판매율: 24.36%

-

*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6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24,990만

*누적 매출액: 2억 7,905만 

*배급: (주)디스테이션

*현재 예매율: 0.2% (38위)



앞서 소개한 <런닝맨: 풀룰루의 비밀>과 같이 개봉한 <번개맨의 비밀>이 9위에 올랐습니다. 두 작품 모두 국산 영화이기도 하여 기대를 거는 분도 계셨을 텐데, 둘 중에서는 관객들의 거의 압도적으로 <런닝맨: 풀룰루의 비밀>의 손을 들어준 모양입니다. 주말 차트 10위권에는 진입했으니 그래도 최소한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해야겠지만, 그래도 관계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겠습니다.




10위: <헌터 킬러>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2만 4,252

*누적 관객 수: 3만 0,450

*스크린 수: 220개

*좌석 판매율: 19.22%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2월 6일

*개봉 주차: 1주

-

*주말 매출액: 21,040만

*누적 매출액: 2억 6,005

*배급: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현재 예매율: 0.4% (23위)



금주 신작 중 하나였던 <헌터 킬러>가 간신히 10위에 진입했습니다. 스크린 수가 적기도 했지만, 주말 관객 2만 명이라니, 제라드 버틀러 출연작 중 괜찮은 흥행을 기록한 걸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봐야겠습니다. 막상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으로 보이는데, 개봉을 준비하는 마케팅 기간 동안 관객들의 관심을 거의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층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에요. <헌터 킬러>는 누적 5만 관객 정도 선에서 쓸쓸히 물러날 것 같습니다.




-'현재 예매율'은 12월 10일 07시 기준입니다.

-좌석 판매율은 해당 영화의 3일간 관객수의 합에서 3일간의 총 좌석수를 나눈 값입니다.((3일간의 관객수/3일간의 좌석수)*100)

-통계 출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입니다. 실시간 예매율을 제외한 관객수 등 나머지 자료는 자정에 공개된 이후 하루 동안 상세 수치의 조정 및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정 직후에 확인한 통계를 기준으로 하기에 천 명 단위 이하의 관객 수와 좌석 수, 만 원 단위 이하의 매출액 등에 있어서는 실시간 통계와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정보나 잘못된 자료가 있을 경우 덧글로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정도를 제외하곤 큰 규모의 신작은 보이지 않네요. 금주보다는 다음 주의 경쟁이 더 볼 만하겠습니다. 이번 주 개봉하는 신작들 몇 편을 소개합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개봉일: 12월 12일

*감독: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출연(목소리):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니콜라스 케이지, 제이크 존슨, 리브 슈라이버 등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도 아닌 데다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난점이긴 합니다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북미와 같은 시기 개봉하고, 일단 북미 현지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은 편이네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예고편: (링크)




<부탁 하나만 들어줘>(A Simple Favor)


*개봉일: 12월 12일

*감독: 폴 페이그

*출연: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헨리 골딩 등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북미에서는 가을에 개봉했던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국내에는 금주에 선보입니다. <스파이><고스트버스터즈> 등을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의 신작이며,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외피에 일종의 블랙 코미디도 섞여 있다고 해야겠는데, 이 장르의 혼종이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예고편: (링크)


*DJ의 <부탁 하나만 들어줘> 후기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링크)


<모어 댄 블루>


*개봉일: 12월 12일

*감독: 임효겸

*출연: 류이호, 진의함 등

*배급: 오드


*<안녕 나의 소녀>와 <청설>의 주역이었던 두 배우가 <모어 댄 블루>로 만났습니다. 대만산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고 금년에 대만에서 개봉한 자국 영화 중에서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모어 댄 블루> 예고편: (링크)







소개한 작품 외에도, 10년 만에 재개봉하는 <트와일라잇>,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에도 잠깐 선보이는 <로마>, KBS 다큐멘터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확장판으로 재개봉하는 <러빙 빈센트>,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데스티네이션 웨딩>, <갈매기>, <어른이 되면> 등등등... 다음 주가 정말 만만치 않은 영화들이 개봉하는 탓에,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이번 주에 몰아서(?) 개봉하는 느낌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게 하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삶의 여정에 무엇인가 지침이 되거나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 새해를 다짐해보게 하는 말들이 그래서 특히 더 기억에 남곤 하는데요. 올해 국내 개봉했던 <쓰리 빌보드>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인 "가면서 결정하자고."라는 말이 특히 기억납니다. 영어로는 "I guess we can decide along the way."인데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대책 없이 무조건 가고 보자는 게 아니라, 이 말은 우리 삶에서 앞 일을 확실히 안 채로 행하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를 반문하게 합니다. 시네마 레터 두 번째 시간의 끝으로, 영화 <쓰리 빌보드>에 대해 끼적인 문장들을 덧붙입니다.



서로에게 상처 낸 이들이 자신의 마음에 화상을 입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되어보는 영화가 있다. 아파보기 전엔 아픔을 모른다. 허공으로 떠난 언어는 결국 삶의 실체로 돌아온다. 말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 역시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불현듯 타자의 얼굴로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나희덕) 그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를 우리는 그러나 모르니까. 내 말 한마디가 어떻게 돌아올지를 전부 다 안다면야 끝내 한 마디도 입을 열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우리의 여정은 그 방향과 목적지를 확실히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면서 결정하자고" 같은 말을 곁에 두어볼 수 있는 정도겠다. 밝지만 쓴웃음을 지어 보인 채,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고서. 모순으로 가득한 불완전하고 불공정한 세상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말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정도겠다. 말은 씨가 된다. 발화(發話)에서 발화(發火)를 거쳐, 화상(火傷)을 지나 또 다른 변화(變化)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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